[취재수첩] 국민보다 센 이익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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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완 IT과학부 기자 kjwan@hankyung.com‘찬성 56.0% VS 반대 28.7%.’
카카오가 추진 중인 카풀 서비스에 대해 찬반을 묻는 지난 19일의 여론조사 결과다. 지난달 다른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90%가 카풀 서비스 도입을 찬성했다. 이 정도 지지도면 카풀은 국민이 원하는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민심’이라며 적극 지원에 나설 만하다.실상은 그렇지 않다. 기존 택시업계를 대변하는 이익단체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고 있다. 대통령 직속의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은 “관료사회에서 ‘택시업계의 표가 얼마나 많은데 쉽게 대할 수 있겠느냐’는 얘기마저 나온다”고 토로했을 정도다.
정치권은 더하다. 전국택시노조 위원장 출신인 문진국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은 지난 18일 택시기사 단체들의 집회에서 “동지들을 위해 (카풀 도입 저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선언했다. 정치권에서는 아예 카풀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까지 국회에 제출했다.
최근 불거진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도 다르지 않다. 이번 비리사건을 계기로 학부모들은 사립유치원에 전산 회계시스템과 온라인 입학관리 시스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사립유치원을 대변하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를 중심으로 대다수 유치원이 거부하고 있다. 학부모는 물론 국민의 분노가 커지고 있지만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왜일까. 정치권이 한유총처럼 목소리를 한곳에 모을 수 있는 이익단체의 ‘응집된 표’에 더 신경 쓴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립유치원 비리를 터뜨린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지한다는 국회의원은 잘 보이지 않는다. 제1야당인 한국당은 사립유치원 비리와 관련해 당 차원의 논평을 한 번도 낸 적이 없다. 사립유치원을 감시해야 하는 선출직 교육감들 역시 사립유치원 원장들의 눈치를 본다.
지금 한국 사회는 목소리가 큰 특정 이익집단에 휘둘리고 있다. 물론 택시 운전기사도, 사립유치원 종사자도 국민이다. 이들의 의견도 소중하다. 그러나 정부와 정치권이 어정쩡한 태도를 보일수록 이익단체의 목소리가 계속 커지고 훨씬 많은 국민의 외침은 묻힐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