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세상 이끈 기적의 반도체…기발한 '꿈도체' 아이디어 빛났다

반도체 29초영화제 시상식
한국반도체산업協·한경 공동주최

김근영 감독의 '더 이상은 없다'
반도체 유용성 다뤄 일반부 대상
청소년부 대상엔 김준영 'Life…'

346편 출품…우수작 20편 시상
반도체 강국 위상 보여주듯
총상금도 5000만원으로 '두둑'
서동면 삼성전자 전무(셋째줄 오른쪽 세 번째부터)와 김정기 SK하이닉스 상무,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가 23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다산홀에서 열린 ‘반도체 29초영화제’ 시상식에서 수상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한 남자가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그는 ‘이 세상에서 반도체가 없어지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해 “이 스마트폰과 카드도 반도체”라고 답한다. 그리고 “지금 저를 찍고 있는 이 카메라까지도 반도체”라고 강조한다. 이런 것들이 다 없어지면 어떻게 될까. “말도 안 된다”며 고개를 흔들던 남자가 “그리고 가장 중요한 두 번째…”라고 말하며 카메라에 다가서는 순간, 화면은 ‘픽’ 소리를 내며 꺼진다. 까만 화면엔 자막만 뜬다. ‘반도체가 없다면 미래도 볼 수 없습니다.’

김근영 감독이 ‘반도체 29초영화제’에 출품한 영상 ‘더 이상은 없다’의 내용이다. 이 작품은 23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다산홀에서 열린 영화제 시상식에서 일반부 대상을 받았다. 단순한 구성에 주인공의 과장되면서도 능청스러운 연기가 어우러져 메시지 전달이 명확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한국반도체산업협회와 한국경제신문사가 주최하고 29초영화제사무국이 주관한 이번 영화제의 시상식은 24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2018 반도체대전’에 맞춰 마련됐다. 영화제의 주제는 ‘반도체가 만드는 풍요로운 미래 세상’과 ‘기적을 만드는 반도체, 함께라서 행복합니다’ 두 가지였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늘 우리 일상과 함께하는 반도체의 존재를 돌아보고 반도체가 다양한 분야에서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서다.

‘반도체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보여주듯 총상금(5000만원) 규모도 컸다. 그 어느 때보다 응모 열기가 달아올랐다. 지난달 12일부터 이달 18일까지 한 달여간 일반부 152개 작품, 청소년부 194개 작품 등 총 346개 작품이 출품됐다. 이 중 일반부 13개, 청소년부 7개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청소년부에서 대상을 받은 김준영 감독의 ‘Life Guard’는 생명을 살리는 기술과 연관된 반도체의 역할에 주목했다. 이 작품은 화면을 가득 채우는 심장박동 소리와 함께 운동장 트랙을 달리다 가슴을 움켜쥐고 쓰러지는 한 남학생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위험 상황을 감지한 그의 스마트워치가 119로 연락하고 곧바로 구조대원들이 도착한다. 이후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병원 문을 나서면서 시계를 보고 활짝 웃는 학생의 모습으로 영상이 마무리된다. 생과 사의 경계에서 반도체의 역할을 조명한 내용뿐 아니라 드론을 활용한 원거리 촬영과 반도체 세부 모습을 그린 근접 촬영을 교차시킨 세련된 영상미로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특히 ‘기적을 만드는 반도체’를 주제로 한 작품들은 진한 감동으로 여운을 남겼다. 일반부 최우수상을 받은 이상현 감독은 고도 난청 장애를 갖고 있는 엄마의 사연을 영상에 담았다. 시야를 벗어난 아이를 찾아 이리저리 헤매는 엄마의 모습과 함께 “기적이 아니었으면 듣지 못했을 말”이라는 내레이션이 흐른다. 그리고 “엄마!”라고 선명하게 들리는 아이의 목소리. 반도체 기술이 집약된 스마트 보청기 덕에 들을 수 있다. “정말 다행이야 함께라서”라는 대사와 함께 엄마는 아이를 꼭 안아준다. 이 작품의 제목은 ‘너라는 기적’이다.

일반부 우수상 수상작인 김민호 감독의 ‘기적을 일으킨 또 하나의 마술, 반도체’와 장려상 수상작인 이규혁 감독의 ‘프로젝트 커넥트(project connect)’도 장애를 넘어서는 기적의 연결고리가 된 반도체를 보여준다. 김민호 감독은 어느 날 갑자기 교통사고로 장애를 갖게 됐지만 교통 약자들을 위해 환승 영상을 제작하면서 또 다른 기적을 만들어가고 있는 마술사 함정균 씨의 이야기를, 이규혁 감독은 잃어버린 손을 찾아주는 3D 프린터 전자의수 제작회사 만드로(MAND.ro)의 이상호 대표를 모델로 작품을 만들었다. 이 감독은 작품을 통해 ‘반도체는 우리의 소중한 꿈을 연결해주는 꿈도체이기도 하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 서동면 삼성전자 전무, 김정기 SK하이닉스 상무, 조일훈 한국경제신문 편집국 부국장과 수상자 및 가족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가수 허각과 걸그룹 버스터즈가 축하 공연 무대에 올랐다. 일반부 대상 1000만원, 청소년부 대상 300만원 등 수상자들은 총 500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