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휴수당 포함땐 40%가 최저임금 영향권…이 정도면 국민임금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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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묵은 최저임금제, 이대론 안된다“인구구조 변화만으로 올해 고용지표 악화는 설명이 안 된다. 줄어든 일자리 절반 이상은 최저임금 영향일 것이다.”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의 40% 이상이 최저임금 대상자다. 최저임금이 아니라 정부가 시장을 통제하는 국민임금이다.”
(3·끝) 전문가 좌담회
인구 변화는 글로벌 트렌드…韓 '고용참사' 설명 안돼
줄어든 일자리 절반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탓일 것
유럽은 연령별 구분도…업종·규모별 구분 적용해야
정부, 최저임금 인상 앞세워 소득분배 해결하려 해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19일 개최한 최저임금 긴급좌담회에서는 2년 새 29.1%나 오르는 최저임금 제도 전반에 관한 문제점과 개선방안이 쏟아졌다. 이인재 전 한국노동연구원장 사회로 열린 좌담회에는 지난해 최저임금위원회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에 참여했던 김강식 항공대 경영학부 교수(결정구조 연구팀),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산입범위 연구팀),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분배개선 연구팀)가 참석했다. 다음은 좌담회 주요 내용.▶이인재 전 한국노동연구원장(사회)=올해 고용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 원인을 두고 논란이 많은데, 올해 16.4% 오른 최저임금 영향은 어느 정도로 보나.
▶김강식 항공대 경영학부 교수=저출산·고령화는 글로벌 트렌드다. 고용쇼크, 고용대란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한국만 일자리 상황이 안 좋다면 한국만의 변수가 무엇인지를 봐야 한다.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밖에 없다. 무인경비시스템이나 자동주문시스템이 늘어나는 게 눈에 보이지 않느냐. 통계를 봐도 최저임금과 밀접한 도·소매, 숙박·음식업에서 많이 줄었다.▶이정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관련 연구를 진행 중인데 당초 올해 고용지표가 악화된 부분의 절반 정도가 최저임금 16.4% 인상 영향으로 봤는데(연구를 진행할수록) 그 이상인 것 같다. 고용지표 악화 원인으로 인구 감소를 이야기하는데 1년 만에 인구가 급격히 준 것도 아니고, 줄었다 하더라도 고용시장에 곧바로 영향을 줄 만큼 시간도 충분하지 않았다. 최저임금이 크게 오르면서 영세업체는 해고로, 대기업은 신규 고용 축소로 대응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사회=정부는 고용 상황이 나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상용직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을 근거로 고용의 질은 좋아지고 있다는데, 여기에는 ‘통계적 착시현상’이 있는 것 같다. 일자리안정자금을 받으려면 고용보험에 가입해야 하는데, 그것이 상용직 일자리 증가로 이어지는 측면이 있다. 주5일 만근한 근로자에게 주는 주휴수당 논란도 뜨겁다.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내년도 최저임금은 1만원이 넘는다. 급격한 인상으로 영향률과 미만율이 지나치게 높아졌다는 지적도 있다.
▶김강식 교수=올해 우리나라 최저임금 영향률이 23.6%다.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40% 정도 된다. 근로자 100명 중 40명의 임금을 국가가 정한다는 얘기다. 과연 민간의 임금 결정이 시장경제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최저임금이 아니라 ‘국민임금’이라고 불러야 하는 이유다. 미만율은 또 어떤가. 최저임금이 아무리 올라도 현실적으로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 비율이 올해 17.4%다. 독일은 1.8%(2016년 기준), 미국은 2.2%(2015년 기준) 등 주요 선진국은 미만율이 3%가 안 된다.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도 좋지만 실효성을 따져봐야 한다.▶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사업주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최저임금 수준을 정해놓고 위반하면 처벌하는 게 현행법이다. 노동법의 형법화가 지나쳐 법률만능주의를 넘어 처벌만능주의로 가고 있다. 지급능력이 없는 영세사업자들을 범법자로 내몰고 있는 최저임금 벌칙 조항은 손질이 필요하다.
▶김강식 교수=100명 중에 1~2명이 위반하는 제도라면 책임을 묻는 게 맞겠지만 17~18명이 위반하는 제도라면 과연 법을 어긴 사람이 잘못인지, 제도가 문제인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주휴일은 유지하되 범법자를 양산하는 주휴수당은 없애는 것이 맞다고 본다.
▶사회=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과정은 업종별 차등적용 문제로 파행했다. 현시점에서 차등적용은 불가능한 건가. 업종별, 사업장 규모별, 지역별 구분을 한다면 우선 순위는.▶김강식 교수=최저임금제도가 시행된 것은 1988년, 30년 전이다. 당시와 비교하면 임금 수준도 높아지고 사업 분야, 고용 형태가 굉장히 다양해졌다. 한마디로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다고 본다. 일본만 봐도 업종·지역별로 최저임금이 다르다. 유럽은 연령별로도 구분한다. 우리나라도 울산과 제주의 임금차가 50% 정도 된다.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라도 지역별, 사업장 규모별, 업종별 최저임금을 구분하는 게 맞다. 남북통일이 돼도 전국 단일 최저임금을 적용할 수는 없지 않은가.
▶김희성 교수=우선 최저임금법에 ‘업종별로 구분 적용할 수 있다’고 돼 있는 임의규정을 강행규정으로 바꾸면 즉시 시행이 가능하다. 업종별 구분은 1988년 시행한 경험도 있기 때문에 당장 추진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지역별 구분적용은 신중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아직 우리 사회가 지역감정도 해소하지 못한 상태에서 자칫 사회통합을 저해할 수도 있다.
▶이정민 교수=구분적용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그만큼 최저임금 영향률이 높아졌다는 방증이다. 즉 인상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건데 지역별로 구분한다면 지금보다 더 정치논리가 개입될 우려가 있다. 지금 현실에선 구분적용보다 경기 상황을 감안해 1~2년 정도는 인상 속도를 대폭 늦추는 것이 좋다고 본다. 정부는 최저임금을 소득분배 정책이라고 하는데, 소득최하위 가구에는 임금 근로자가 거의 없다. 심지어 최저임금을 분배정책을 넘어 성장전략으로 밀고 나간다는 것은 무리수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