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카시트 틈에서 '토종 자존심' 지킨 다이치

이지홍 다이치 대표

사고 후 새 제품으로 무상 교체
까다로운 세탁도 전문업체와 협업
철저한 사후관리로 점유율 1위

"아기띠·유모차 등 사업 다각화"
이지홍 다이치 대표가 자사의 사후관리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독일 97%, 미국 92%, 한국 40%.’ 나라별 카시트 장착률이다. 도로교통법 50조 제1항에 따르면 만 6세 이하 영유아를 카시트 없이 차에 태우다 적발되면 벌금 6만원을 내야 한다. 하지만 국내 카시트 장착률은 2011년 40%를 정점으로 정체 상태다. 신생아 출생도 매년 줄고 있다. 토종 카시트업체 다이치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이지홍 다이치 대표는 “장착률이 미진하다는 것은 여전히 카시트 시장이 ‘블루오션’이라는 뜻”이라며 “사후 관리 강화와 제품 다각화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사고 나면 신제품으로 무상 교체다이치는 지난해 유명 수입 브랜드 사이에서 시장 점유율 30%로 1위를 지켰다. 매출은 230억원을 기록했다. 이 대표는 “아이를 태운 차가 사고만 나도 카시트를 무상으로 새것으로 교체해 준다”며 “안전을 우선으로 한 사후관리가 고객을 끌어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사후관리에 대해 다이치가 내건 슬로건은 ‘제로 케어’다. 수요자의 걱정을 ‘0’으로 하겠다는 취지다. 사고 후 외관상 파손이 없어도 카시트를 교체해주는 이유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충격 때문에 생길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 대표는 중고 카시트 사용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중고차와 달리 중고 카시트는 사고 유무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카시트 세탁도 사후 관리 항목에 포함된다. 카시트 전문 세탁업체와 협력해 할인 가격으로 깨끗하게 세탁해준다. 이 대표는 “부모들이 카시트를 세탁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거나 어떻게 세탁해야 할지 막막해한다는 점에 착안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사후관리 노하우를 바탕으로 1~12세까지 12년 동안이나 쓸 수 있는 제품도 국내에 처음으로 내놓았다. 경제적 부담을 줄이면서 아이의 안전을 책임진다는 철학을 반영한 제품이다.

◆‘메이드 인 코리아’ 포기 못해다이치의 전신은 아시아자동차 출신인 이완수 회장이 2001년 설립한 제일산업이다. 자동차 후미등을 생산하다 국내 시장에 국산품이 없다는 것을 알고 카시트 제조에 뛰어들었다. 일본 시장을 겨냥해 2005년 다이치(第一)로 이름을 바꿨다. 이 회장의 셋째 딸인 이 대표는 2006년 입사해 자재구매부터 사업을 배웠다.

다이치가 입소문을 탄 건 2011년 6월 한 공중파 방송에서 국내에서 유통되는 카시트 브랜드를 모아 안전도 테스트를 하면서부터였다. 시속 60㎞로 충돌할 때 카시트에 앉은 아기 인형이 받는 충격량을 측정하는 시험이었다. 이 대표는 “테스트에서 다이치 제품이 아이가 받는 이동량(충격)이 가장 적었다”며 “이후 6개월 동안 제품을 없어서 못 팔았다”고 말했다. 시장 점유율 60%였던 브라이텍스를 앞지른 것도 이때다.

다이치는 경기 파주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한다. 이 대표는 “중국이나 베트남 등에서 제조하면 더 싸게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한국산이란 브랜드가치를 포기할 수 없다”고 했다.다이치는 영유아를 상대로 한 제품군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지난 8월 아기를 편하게 안을 수 있도록 하는 아기띠를 내놓은 데 이어 내년에는 유모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