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블랙아웃'에 혼쭐…脫원전 반대 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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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내달 원전정책 국민투표아시아에서 최초로 탈원전 정책을 시행한 대만이 탈원전 반대 여론에 부딪혀 정책 폐기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기로 했다. 지난해 8월 전 국토 46%의 전력 공급이 중단된 대규모 정전 사태가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전력 예비율이 올해 한 때 6%를 밑돌면서 대만 국민과 산업계 불안감이 또다시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력 예비율 적정 수준은 15%다. 대만 빈과일보는 반도체업체 TSMC가 1분간 정전되면 81억대만달러(약 2964억원)의 손해를 볼 것으로 내다봤다.
원전 비중 2년새 절반 '뚝'
전력 부족으로 사망사건까지
대만에서는 탈원전법 폐기를 위한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다. 그러나 국민투표 의결에 필요한 법정 청원서 수인 28만1745건을 제출하지 못해 여러 번 무산됐다. 이번에 29만2654건의 청원서를 제출해 의결에 성공했다. 국민투표를 발의한 시민운동가 황쓰슈(黃士修·31)는 지난 23일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충분한 전력과 (석탄 발전으로 인해) 맑은 공기를 제공할 수 없다면 원전을 다시 가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석탄 발전을 통한 전력 생산 비중은 2012년 48.5%에서 지난해 46.6%로 큰 변화가 없었다.
이번 투표가 가결되기 위해서는 유권자 중 25% 이상이 투표해야 하고 투표자의 과반이 찬성해야 한다. 지방선거와 같이 진행되는 만큼 투표율이 높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한 대만 칭화대 원자력과 교수는 “탈원전 폐기안을 포함해 총 10개의 국민투표가 동시에 이뤄지기 때문에 여론이 분산될 가능성이 있어 가결 여부를 확신할 수 없다”면서 “다만 이번 투표는 국민이 원전의 중요성을 재고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규/성수영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