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공공부문 정규직화,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결에 필요"

"채용비리 있다면 청년 희망 빼앗는 것…엄정한 조치 필요"
"최저임금 영향 실태조사 집단심층면접 형태 추진…수행기관 선정단계"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23일 일부 공공기관에서 제기된 '고용세습'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엄정한 조치를 해야 하지만, 공공부문 정규직화는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이 장관은 이날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고용세습 의혹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해 채용 비리가 있었다면 그에 대해서는 엄정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가장 큰 문제가 뭐냐 할 때 학계나 이해 당사자들이 제일 먼저 제기하는 문제가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이고 그 문제의 핵심에 비정규직 문제가 있다"며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려면 비정규직을 남용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공공기관도 과도하게 비정규직을 사용하고 있다"며 "민간 부문에 '모범적 고용주' 역할의 시범을 보이기 위해 공공부문이 (정규직화로) 솔선수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다음은 이 장관과의 일문일답.

-- 일부 공공기관 정규직화 과정의 '고용세습' 비리 의혹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 공공기관에서 만약 채용 비리가 있다면 청년들의 꿈과 희망을 빼앗는 것이다.국민도 공정한 채용을 기대하는데 이를 저버리는 것으로, 엄중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지금 언론 등에서 제기된 의혹들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엄정하게 처벌해야 한다.

노동부는 공공부문의 정규직 전환을 총괄하는 부처로, 책임감을 갖고 있다.정부가 처음 (공공부문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을 내릴 때도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직전 채용된 경우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평가를 보다 엄격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지금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예방할 추가 지침을 내려보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공공부문 정규직화 방침을 발표한 게 작년 5월 12일이기 때문에 그 이후 채용된 분들, 그리고 여러 경로를 통해 채용 비리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분들에 대해서는 별도로 철저하게 검증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

그런 내용을 담아 추가 지침을 검토하고 있다.

-- 일부에서는 노동조합이 고용세습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 일부 언론 보도를 보면 노조가 채용 비리에 관련됐다는 내용이 있는데 먼저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

채용 비리는 임직원에 의한 게 있을 수 있고 노조에 의한 게 있을 수 있는데 유형 자체는 같은 것이다.

사실관계를 확인해 채용 비리가 있었다면 그에 대해서는 엄정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민간기업에서 고용세습을 규정한 단체협약 조항도 문제로 거론된다.

노동부가 이를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방치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공정한 경쟁과 균등한 취업 기회 제공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

단협에 고용세습 조항이 있는 것은 노·사 당사자뿐 아니라 구직자를 포함한 제3자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선량한 풍속과 기타 사회질서에도 반하는 것이다.

법원도 같은 입장으로, 이런 단협은 무효라고 판단하고 있다.

노동부는 지방관서를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교섭 지원과 지도 등을 통해 고용세습 단협을 개선하도록 하고 있다.

앞으로도 노·사의 자율적 개선은 적극적으로 지원하지만, (시정) 권고를 하고도 이행되지 않으면 관계 법령에 따라 조치할 예정이다.

-- 공공부문 정규직화 자체에 대한 회의론도 있다.

공공부문 정규직화는 왜 해야 하는가.

▲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가장 큰 문제가 뭐냐 할 때 학계나 이해 당사자들이 제일 먼저 제기하는 문제가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이고 그 문제의 핵심에 비정규직 문제가 있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려면 비정규직을 남용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공공기관도 과도하게 비정규직을 사용하고 있다.

그런 부분에 대해 민간 부문에 '모범적 고용주' 역할의 시범을 보이기 위해 공공부문이 (정규직화로) 솔선수범하고 있다.

이 점에서 나름대로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 노동계는 공공부문 정규직화 과정에서 자회사를 활용하는 방식을 반대하고 있다.

▲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국민의 추가 부담이 발생하지 않는 것을 대원칙으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비정규직을 일률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임금체계 등에서 많은 변화가 생겨 이런 대원칙에서 벗어나는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자회사도 하나의 방식으로 열어놓고 직접고용을 할지 자회사로 할지는 각 기관 상황에 맞춰 노·사와 전문가가 참가하는 협의체에서 결정하도록 가이드라인이 내려갔다.

-- 최저임금 인상 영향에 관한 실태조사는 어떻게 진행 중인가.

▲ 외부 기관에 FGI(Focus Group Interview, 집단심층면접) 형태로 체계적으로 조사하도록 하려고 한다.

계획은 다 짜였고 수행 기관을 선정하는 단계라는 보고를 받았다.

-- 편의점주들을 만나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어떤 생각이 들었나.

▲ 지난번에는 외식업을 하는 자영업자들을 만났고 이번엔에는 편의점주들 만났는데 요즘 내수 침체로 굉장히 어려운 것 같다.

이런 환경에서 최저임금이 많이 오르다 보니 인건비 부담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

그 부분은 부인할 수 없다.

다만, 이것이 우리나라 전체 고용량이 줄어드는 원인은 아닌 것 같다.

많은 구조적, 경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인데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이 인건비 부담을 많이 느끼게 하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일부 영향은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주된 영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 노동시간 단축이 현장에 안착하고 있다고 보는가.

▲ 노동시간 단축 적용 대상인 300인 이상 기업에서 제도가 제대로 착근하고 있는지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언론에서는 '꼼수 야근' 문제를 지적하기도 하지만,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많은 기업이 적응해가고 있는 것 같다.

나름대로 시스템을 정비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보완 방안을 만들어 연내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 제도 개선 방향은.
▲ 노동시간을 조금 유연화하는 것이다.

근로기준법상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이 지금은 최장 3개월이다.

이런 탄력근로제를 좀 더 유연화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하나의 방안이 단위 기간을 늘려주는 방안인데 아직 결론이 난 것은 아니지만, 그런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보완해야 할 게 (노동 강도 강화에 따른) 노동자 건강권을 보호할 방안, 또 하나는 법(근로기준법)에 임금 보전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좀 더 구체화해 실제로 노동자의 임금을 보호할 방안이다.

--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어느 정도까지 늘릴 수 있는가.

▲ 실태조사 결과를 보고 판단해야 할 것 같다.

여러 대안을 놓고 검토하고 있다.

-- 특별연장근로 허용 기준도 완화할 계획이 있는가.

▲ 특별연장근로 인가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는 '다른 제도가 다 막혀 있으니 그것이라도 풀어줘야 하는 게 아니냐'는 입장에서 제기된 것으로 안다.

탄력근로제를 유연화하면서 그런 것(필요)을 다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 민주노총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 여부 결정이 내년 1월로 미뤄졌다.

한국노총은 경사노위를 바로 출범시킬 것을 요구한다.

▲ 민주노총에서 이번에 경사노위 참여 결정을 못 한 데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한다.

노동부의 기본 입장은 원칙적으로 사회적 대화는 각 계층을 대변하는 모든 주체가 다 참여하는 형태가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사노위법이 시행된 지 벌써 4개월이 지났고 노사관계 현안이 많은 상태이므로 경사노위 출범을 기대하고 있다.

다만, (노사정위원회를) 경사노위로 개편한 취지 자체가 정부가 끌고 가는 게 아니라 노·사 등 참여 주체들이 사회적 대화를 끌고 가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하므로 이 문제는 참여 주체들이 모여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경사노위로 개편하면서 청년, 여성, 소상공인 등 대표들이 참여하게 됐는데 이들을 위원으로 위촉하는 절차는 바로 진행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할 생각이다.

-- 포괄임금제 가이드라인 발표가 계속 늦어지고 있다.

▲ 노동시간을 측정할 수 있는 경우에는 그에 따라 (임금을) 산정하고 (포괄임금제는) 노동시간 측정이 어려울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인정하는 것인데도 산업 현장에 만연해 시정이 필요한 분야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것을 시정하려면 각 사업장에서 노동시간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느냐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그에 관한 연구용역이 아직 끝나지 않아 가이드라인 발표를 못 한 것이다.

연구용역이 올해 11월까지 나오면 정리해 바로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전교조 소송을 둘러싼 '재판거래'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가 드러나고 있는데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를 취소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는가.

▲ 관련 내용을 보고받아 알고는 있지만, 전교조 관련 입장은 변화가 없다.

대법원에 소송이 계류 중인 상태이기 때문에 법원 판결을 받지 않고 (법외노조 통보 취소를) 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 곧 취임 한 달을 맞는 소회는.
▲ 최근 우리나라 고용 상황이 안 좋아 일자리 문제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

중소기업, 소상공인, 구직자, 청년 등이 굉장히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노동부는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처의 역량을 쏟아부을 생각이다.

동시에 노동존중사회 실현도 큰 과제이기 때문에 사회적 대화를 통해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앞장설 계획이다.

일자리 안전망을 확충하는 문제도 남아 있다.

일자리 안전망이 지금보다 탄탄하게 갖춰져야 노동시장 환경이 변해도 노동자들이 어려움 없이 적응할 수 있는데 아직 그 수준에 이르지 못해 일자리 안전망 확충에 힘을 많이 쏟을 생각이다.

이 과정에서 산업 현장의 사업주들, 노동자들과의 간담회 등을 통해 생생한 의견을 많이 들으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 정부가 24일 발표하는 일자리 대책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 지금 노동시장에서 고용을 제약하는 요인은 크게 보면 첫 번째는 제조업, 특히 자동차업과 조선업의 구조조정과 이로 인한 고용 감소, 두 번째는 도소매업, 숙박·음식업, 사업지원서비스업 등 서비스업의 고용 감소 문제가 있다.

또 지역적으로 보면 자동차업과 조선업이 밀집된 곳을 중심으로 고용위기 지역이 여러 곳 있다.

이번에 발표되는 대책은 고용이 어려운 업종, 지역, 계층에 대한 맞춤형 일자리 대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떠받쳐주려면 우리 경제 전체의 일자리 창출력이 늘어야 하는데 혁신성장과 투자 활성화 대책 등을 통해 이를 키워주기 위한 대책이기도 하다.

-- 지금까지 나온 일자리 대책들과 차별성이 있다면.
▲ 혁신성장에 굉장히 방점이 찍힌 대책으로 볼 수 있다.한쪽은 고용 대책이지만, 다른 한쪽은 전체적인 경제의 고용 창출력을 증대시키기 위한 대책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