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갑질' 30여개 기업, 공정위 방치로 공공입찰 퇴출 모면"
입력
수정
최근 3년간 벌점초과 기업 최소 34곳…퇴출제도 시행 뒤 3곳만 처분
김병욱 의원 "전관 로비 시도 빌미 우려…처분 기준 불명확해 불공정"
하도급법 위반으로 일정 수준을 넘는 벌점을 받은 기업을 조달청 공공입찰에서 배제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제도가 허술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최소 34개 업체가 벌점 기준을 넘겼음에도 고작 3개 업체에 대해서만 입찰 참여 제한을 의결해 하도급 갑질을 예방하기는커녕 불공정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2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실이 공정위로부터 받은 2015년 6월∼2018년 6월 하도급법 위반 벌점 현황 자료를 보면 공정위의 벌점 관리가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공정위는 한 기업이 하도급법을 위반해 첫 벌점을 부과받은 이후 3년 내에 5점을 초과하면 조달청 공공입찰에서 퇴출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벌점은 처벌 수위에 따라 고발 3점, 과징금 2.5점, 시정명령 2점, 경고 0.25점 등으로 매긴다.
기업이 공공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면 매출 감소로 직결되기 때문에 강력한 하도급 '갑질' 예방책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제도는 그동안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다는 것이 김 의원의 지적이다.공정위 자료를 분석하면 최근 3년간 벌점 합계가 5점을 초과한 업체는 34곳에 달한다.
규정이 첫 벌점 이후 3년간 누적 벌점 5점 초과이기 때문에 실제 초과 업체는 34곳보다 더 많을 수도 있다.
자료에 담긴 벌점 수준을 분석한 결과 한일중공업은 벌점이 무려 기준의 4배에 달하는 19.25점이나 됐지만 아무런 조치를 받지 않았다.한화S&C(9.75점), SPP조선(9.5점), 화산건설(9.25점) 등도 벌점이 기준보다 2배 가까이 쌓였음에도 공정위는 움직이지 않았다.
GS건설(7.5점), 대림산업(6.5점), LG화학(6점), 대홍기획(5.25점) 등 주요 대기업 계열사들도 퇴출 기준을 넘어섰지만, 공공입찰 참여 제한 조치를 당하지 않았다.공정위는 이 제도를 도입한 이후 3곳에 대해서만 공공입찰 참여 제한을 의결했다.
그나마 사실상 방치했다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한 뒤에야 의결이 시작됐다.
의결서를 보면 공정위는 지난 3월 소회의를 열어 포스코ICT(7.5점)와 강림인슈(6점)에 이어 지난 8월에는 벌점 7점이 쌓였다는 이유로 건설업체 동일에 대해 각각 입찰참가자격 제한 요청을 의결했다.
이 과정에서도 문제점이 나타난다.
포스코ICT와 강림인슈의 벌점 부과 일자는 작년 1∼4월이다.
그러나 동일의 벌점 부과 일자는 2014∼2016년으로 2~3년 전의 벌점 초과에 대응한 것이다.
동일과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면 SK그룹 계열사인 SK C&C는 2013∼2014년 누적 벌점만 총 21점에 달하기 때문에 진작 공공입찰 참여 제한을 의결했어야 한다.
그러나 공정위는 그러지 않았다.
대기업 계열사에 면죄부를 줬다는 지적이 나와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인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공정위가 입찰 참가 제한을 의결했다고 하더라도 조달청이 참가 제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그대로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김상조 위원장은 지난 15일 "조달청 행정처분이 있어야 실효성이 있다는 사실을 국감을 준비하면서 알게 됐다"며 "조달청을 비롯한 공공기관과 협의해 (다른) 유권 해석을 명확히 해 입찰 참가 제한 제도가 실효성 있게 적용되도록 하겠다"고 말하며 문제점을 시인했다.공정위는 지난 18일 벌점 제도를 강화한 개정 하도급법 시행령을 시행했다.
하도급대금 부당 결정·감액이나 기술자료 유출·유용 행위로 고발 조처되면 벌점을 5.1점 부과해 공공입찰에서 한 번에 퇴출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 등을 도입했다.
하지만 이렇게 제도를 허술하게 운영하는 상황에서 처벌 강화는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김병욱 의원은 "공정위가 제재를 하는 기준이 규정이나 지침 근거도 없이 자의적으로 이루어진다면 공정위 출신의 전관을 통한 로비를 시도하는 등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고, 제재 결과에 대해서도 기업이 납득하기가 어렵다"며 "명확하지 않은 기준은 더욱 심각한 불공정을 초래할 수 있기에 공정위 벌점 부과 체계 및 관리방식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과 개선이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김병욱 의원 "전관 로비 시도 빌미 우려…처분 기준 불명확해 불공정"
하도급법 위반으로 일정 수준을 넘는 벌점을 받은 기업을 조달청 공공입찰에서 배제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제도가 허술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최소 34개 업체가 벌점 기준을 넘겼음에도 고작 3개 업체에 대해서만 입찰 참여 제한을 의결해 하도급 갑질을 예방하기는커녕 불공정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2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실이 공정위로부터 받은 2015년 6월∼2018년 6월 하도급법 위반 벌점 현황 자료를 보면 공정위의 벌점 관리가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공정위는 한 기업이 하도급법을 위반해 첫 벌점을 부과받은 이후 3년 내에 5점을 초과하면 조달청 공공입찰에서 퇴출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벌점은 처벌 수위에 따라 고발 3점, 과징금 2.5점, 시정명령 2점, 경고 0.25점 등으로 매긴다.
기업이 공공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면 매출 감소로 직결되기 때문에 강력한 하도급 '갑질' 예방책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제도는 그동안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다는 것이 김 의원의 지적이다.공정위 자료를 분석하면 최근 3년간 벌점 합계가 5점을 초과한 업체는 34곳에 달한다.
규정이 첫 벌점 이후 3년간 누적 벌점 5점 초과이기 때문에 실제 초과 업체는 34곳보다 더 많을 수도 있다.
자료에 담긴 벌점 수준을 분석한 결과 한일중공업은 벌점이 무려 기준의 4배에 달하는 19.25점이나 됐지만 아무런 조치를 받지 않았다.한화S&C(9.75점), SPP조선(9.5점), 화산건설(9.25점) 등도 벌점이 기준보다 2배 가까이 쌓였음에도 공정위는 움직이지 않았다.
GS건설(7.5점), 대림산업(6.5점), LG화학(6점), 대홍기획(5.25점) 등 주요 대기업 계열사들도 퇴출 기준을 넘어섰지만, 공공입찰 참여 제한 조치를 당하지 않았다.공정위는 이 제도를 도입한 이후 3곳에 대해서만 공공입찰 참여 제한을 의결했다.
그나마 사실상 방치했다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한 뒤에야 의결이 시작됐다.
의결서를 보면 공정위는 지난 3월 소회의를 열어 포스코ICT(7.5점)와 강림인슈(6점)에 이어 지난 8월에는 벌점 7점이 쌓였다는 이유로 건설업체 동일에 대해 각각 입찰참가자격 제한 요청을 의결했다.
이 과정에서도 문제점이 나타난다.
포스코ICT와 강림인슈의 벌점 부과 일자는 작년 1∼4월이다.
그러나 동일의 벌점 부과 일자는 2014∼2016년으로 2~3년 전의 벌점 초과에 대응한 것이다.
동일과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면 SK그룹 계열사인 SK C&C는 2013∼2014년 누적 벌점만 총 21점에 달하기 때문에 진작 공공입찰 참여 제한을 의결했어야 한다.
그러나 공정위는 그러지 않았다.
대기업 계열사에 면죄부를 줬다는 지적이 나와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인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공정위가 입찰 참가 제한을 의결했다고 하더라도 조달청이 참가 제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그대로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김상조 위원장은 지난 15일 "조달청 행정처분이 있어야 실효성이 있다는 사실을 국감을 준비하면서 알게 됐다"며 "조달청을 비롯한 공공기관과 협의해 (다른) 유권 해석을 명확히 해 입찰 참가 제한 제도가 실효성 있게 적용되도록 하겠다"고 말하며 문제점을 시인했다.공정위는 지난 18일 벌점 제도를 강화한 개정 하도급법 시행령을 시행했다.
하도급대금 부당 결정·감액이나 기술자료 유출·유용 행위로 고발 조처되면 벌점을 5.1점 부과해 공공입찰에서 한 번에 퇴출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 등을 도입했다.
하지만 이렇게 제도를 허술하게 운영하는 상황에서 처벌 강화는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김병욱 의원은 "공정위가 제재를 하는 기준이 규정이나 지침 근거도 없이 자의적으로 이루어진다면 공정위 출신의 전관을 통한 로비를 시도하는 등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고, 제재 결과에 대해서도 기업이 납득하기가 어렵다"며 "명확하지 않은 기준은 더욱 심각한 불공정을 초래할 수 있기에 공정위 벌점 부과 체계 및 관리방식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과 개선이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