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영 총장 "발전기금 11조 마련…UNIST를 세계적 科技특성화대학으로 키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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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뛰는 울산“2040년까지 11조원의 발전기금을 마련해 UNIST(울산과학기술원)를 세계적 과학기술특성화대학으로 육성하겠습니다.”취임 3주년을 맞은 정무영 UNIST 총장(사진)은 지난 2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UNIST가 보유한 원천기술을 한 개당 최소 1조원 이상 수출로 연결한다면 기금 조성에 큰 문제가 없다”며 이같이 강조했다.그는 국내 대학 최초로 연구개발(R&D)에 착수한 초고속 교통수단인 ‘하이퍼루프(진공관을 통해 빠른 속도로 열차와 사람을 운송하는 것)’를 예로 들었다. UNIST는 한국기계연구원 등과 공동으로 하이퍼루프의 핵심 요소인 튜브 내 공기 저항을 줄이고, 마찰을 최소화하는 열차 부상 및 추진 기술 개발에 나섰다. 프로젝트에는 5년간 14억원의 연구비가 투입된다. 정 총장은 “하이퍼루프가 상용화되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16분 만에 이동할 수 있다”며 “UNIST가 관련 원천기술을 선점하면 기술 수출 규모는 상상을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 취임 3주년 맞은 정무영 UNIST 총장
해수전지·초절전 AI칩 등 14개 '수출형 연구브랜드' 육성
창업 통해 혁신기술 사업화…지역 성장동력 마련에 최선
바닷물을 이용해 대용량의 전력을 생산하고 저장하는 해수전지 기술 개발도 상용화되면 전 세계에 47조원 규모의 신시장을 창출할 것으로 정 총장은 내다봤다. UNIST는 이차전지, 해수전지, 차세대 태양전지, 바이오, 3차원(3D) 프린팅, 치매 치료제를 포함한 신약 개발 등의 분야에 인력과 재원을 집중해 2020년까지 세계적인 연구 브랜드로 상품화한다는 계획이다.▷과기원으로 전환한 지 3년이 됐습니다.“울산과학기술대학교’가 ‘울산과학기술원’으로 전환된 지 어느새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울산시민들의 성원에 힘입어 과기원으로 출범하면서 많은 기대를 받았고, 이런 기대를 충족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노력해왔습니다. UNIST가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개교 이래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많은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교가 가진 잠재력을 실현해나가기 위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해마다 대학 평가에서 우수한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UNIST는 지난 6월 발표된 ‘THE(Times Higher Education) 세계 신흥대학 평가’에서 밀레니얼 대학(2000년대 이후 개교 대학) 부문 세계 6위, 아시아 1위에 올랐습니다. 개교 50년 이내의 젊은 대학을 대상으로 한 평가에서도 연구 논문의 질을 측정하는 잣대인 논문 피인용도 기준 세계 5위를 차지하는 저력을 선보였습니다. 논문의 질을 평가하는 ‘라이덴랭킹’에서는 2년 연속 국내 1위를 차지했습니다.이는 개교 9년차 UNIST가 폭발적인 성장을 통해 세계가 주목하는 대학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연구의 양보다는 질에 집중하는 전략을 통해 국내 대학들과의 경쟁은 물론 세계 대학들과의 비교에서도 뒤지지 않는 실력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UNIST는 2030년까지 세계 10위권의 과학기술특성화대학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울산에 세계적 대학을 만들겠다는 목표는 더 이상 멀리 있는 꿈만은 아닙니다.”
▷지역에 좋은 대학이 있는 게 시민들의 삶에 어떤 의미인가요.
“대학은 도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존재입니다. 우수한 인재를 공급하고, 산업과의 연계를 통해 신성장 동력을 공급할 수도 있다. 대학의 경쟁력이 높을수록 이런 효과는 더 크다고 하겠습니다.미국 동부의 노스캐롤라이나주는 1950년대 담배, 목화를 재배하던 농장지대였죠. 하지만 현재는 북미 최고의 첨단기술단지를 보유한 지역이 됐습니다. 그 비결은 주정부와 지역 내 명문대학이 함께한 산·학·연 협력에 있습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정부는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노스캐롤라이나대, 듀크대 등 지역 내 명문대학을 중심으로 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해 우수 기업들을 유치하고 선순환 경제구조를 구축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세 대학을 연결해 형성한 ‘리서치 트라이앵글 파크(RTP:Research Triangle Park)’에는 GSK, IBM, GE 등 세계적인 기업들의 연구소를 중심으로 4만 명 이상의 고급인력이 종사하는 연구단지가 됐습니다.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사례는 대학과 도시의 상생모델을 제시한 것으로 우수한 대학이 제 역할을 수행한다면 도시의 성장과 번영을 새로이 불러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UNIST와 울산, 울주군도 이런 모델을 벤치마킹해 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수출형 연구 브랜드를 강조해왔는데 어떤 성과가 있습니까.
“취임 초기부터 혁신적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한 ‘수출형 연구 브랜드’ 사업을 추진해왔습니다. 현재까지 14개의 연구 브랜드(해수전지, 생체모방 인공지능(AI) 칩, 췌장암 진단 내시경, 이차전지, 탄소섬유 기반 경량소재 등)를 선정해 육성하고 있습니다.
대표적 연구 브랜드인 해수전지는 최근 해상등부표에 자체 기술을 적용하면서 상용화 가능성을 한층 높였습니다. 지난 5월 진행된 국제항로표지협회 콘퍼런스에서 선보인 해수전지 기반 해상등부표는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바닷물 속 나트륨이온으로 전기를 저장하는 해수전지는 차세대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해수전지는 에너지 저장 과정에서 해수를 담수화하는 부가 기능이 있어 물 부족 문제를 값싸게 해결해 볼 수도 있습니다.
유니브레인(UNI-Brain)이라고 불리는 ‘초절전 AI 칩’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유니브레인은 2진법 기반 반도체의 한계를 극복할 혁신적 기술입니다. 전력은 더 적게 소모하면서 연산은 더 빠르게 수행할 수 있는 인간의 뇌를 모방한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삼성에서도 이에 주목해 2017년 7월에 삼성미래재단 지정과제로 선정해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게놈 산업 연구도 중점 분야로 육성 중입니다. 관련 분야의 체계적 연구는 울산이 바이오메디컬 산업의 메카로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봅니다. UNIST는 최근 울산시와 함께 게놈엑스포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했습니다. ‘울산 만 명 게놈프로젝트’는 2017년 1000명의 게놈 분석을 마쳤고, 2차 연도인 올해 1100명을 선정해 해독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연구 브랜드를 통한 재정 자립화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재정 자립화는 스스로 총장에 취임하면서 제시한 목표입니다. 2040년까지 100억달러의 발전기금을 조성해 스스로 운영이 가능한 대학으로 거듭나자는 것입니다. 2040년이 되면 UNIST가 1년 동안 운영되는데 소요되는 금액이 2400억원 정도 됩니다. 12조원의 발전기금이 있다면 약 2%의 이자수익만으로도 연간 운영비를 자체 충당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더 이상 국민의 세금에 의존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대학을 운영할 수 있게 됩니다.
국민의 세금을 받는 기관들은 이를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본인은 이를 ‘빚’이라고 생각합니다. UNIST가 추진하고 있는 연구 브랜드 사업이 각각 1조원의 수익을 가져오면 재정 자립화는 꿈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일이 될 것입니다.
세계적인 대학들은 발전기금을 활용해 경쟁력을 키우고 있죠. 예를 들어 하버드는 약 40조원, 스탠퍼드는 약 25조원, MIT(매사추세츠공대)는 약 15조원의 발전기금을 운용 중입니다. 자체적인 재정 체계를 갖춘 이들 대학처럼 우리도 재정 자립화를 통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봅니다. UNIST의 수출형 연구 브랜드 사업은 그 실천 방안이 될 것입니다.”
▷창업 활성화를 위해서도 남다른 열정을 보이고 있습니다.
“UNIST는 교원창업과 학생창업을 통해 혁신적 신산업을 육성하고, 지역사회는 물론 국가 전체의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UNIST에는 교원 창업기업 30개, 학생 창업기업 40개가 설립돼 운영 중입니다. 이들 기업은 수출형 연구 브랜드 사업화를 위한 창업을 포함해 인류의 삶에 기여할 수 있는 혁신 기술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UNIST는 창업 지원을 위해 기업 규모에 따라 초기 투자부터 성장단계에서의 투자, 투자회수단계에 이르는 전 주기적 지원 시스템을 구축해 시행하고 있습니다. 교원들의 유망 기술을 발굴하기 위해 선보엔젤파트너스가 교내에 상주하며 활동하고 있고, 최근 협력관계를 맺은 미래에셋대우는 성장단계의 기업에 대한 투자와 글로벌 시장 진출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의 결과 2017년에만 6개의 교원창업기업이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TIPS 프로그램에 선정됐습니다. 이들 기업은 각각 최대 10억원의 기술사업화 자금을 지원받고 있습니다. 학생창업에 대한 열기도 뜨겁습니다. 2017년 11월 문을 연 학생창업전용공간 유니스파크(UNISPARK)는 그 열기의 중심입니다. 창업가들을 위한 사무공간, 회의실, 토론공간 등으로 구성된 유니스파크에서는 창의적 아이디어를 가진 학생들이 미래 유니콘 기업을 꿈꾸고 있습니다. 11개 학생 창업기업이 입주해 있습니다.”
▷지역사회와 다양한 협력사업도 진행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울산 그리고 울주군에 위치하면서 지역사회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며 조금이라도 더 많은 것을 지역사회와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2016년 개소한 기업혁신센터는 산학협력을 희망하는 기업들이 언제든 찾을 수 있는 창구입니다. 센터는 기업회원제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6월 기준 80개 회사가 가입해 있습니다. 이들 회사는 UNIST의 특허, 연구인력, 연구 장비를 이용해 애로기술을 해결하고 연구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대학과 기업이 상생의 길을 찾고, 지역산업 발전과 경제 부흥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꾸준한 노력을 기울일 계획입니다. 인력이나 시설분야에 있어서도 지역을 우선한 협력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학내 근무자 고용에 있어서 지역 인력을 많이 채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시설공사 등에 있어서도 지역 기업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습니다. 농산물이나 필요 물품을 구매할 때도 지역 업체를 중심으로 구매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대학 시설물 활용을 통한 지역주민 편의를 높이기 위해 학술정보관(도서관) 개방, 각종 행사 개최 시 행사 장소 제공 등을 하고 있습니다. 지역주민을 초청해 학교 현황을 소개하는 초청 행사도 꾸준히 하려고 합니다.”
▷울산시민들께 당부하실 말씀은.
“UNIST는 사람들이 울산을 떠올릴 때 더 이상 제조 산업도시를 떠올리지 않고 첨단 도시, 미래 도시를 떠올릴 수 있도록 만드는 데 함께해나가고 싶습니다. 혁신적 과학기술로 미래를 이끌고,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도시가 되는 데 UNIST가 힘을 보태겠습니다.울산시민들이 지역의 명물을 자랑할 때 여러 가지 자랑거리가 있겠지만 UNIST가 그중 최고의 자랑거리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울산시민과 울주군민 여러분의 많은 지지와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