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방송 앵커들 '혼비백산'…폭발물 소포 날아든 CNN '대혼돈'

사건 당시 긴박한 상황 그대로 전파…직원 200여명 긴급 대피
CNN 사장, 트럼프 비판 "미디어에 대한 공격의 심각성에 대한 이해가 없다"
미국 워싱턴 정가 안팎을 발칵 뒤집어놓은 반(反)트럼프 진영을 겨냥한 동시다발 폭발물 소포 배달 사건으로 주요 표적 중 하나였던 CNN방송 뉴욕지국이 한때 커다란 혼란과 소동을 겪었다.특히 생방송 도중 폭발물 발견에 따른 대피 경보가 울리면서 방송을 진행하던 앵커들이 긴급히 대피하는 등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이 그대로 전파를 탔다.

24일(현지시간)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와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뉴욕 맨해튼 타임워너 빌딩에 입주한 CNN방송 뉴욕지국 우편물 보관소에서 폭발물 소포가 발견되기 직전 해당 방송국에서는 생방송이 진행되고 있었다.

오전 10시가 조금 지나 앵커 짐 사이우토와 포피 할로가 생방송으로 앞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와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의 자택으로 배달된 폭발물 소포에 관한 인터뷰를 하고 있을 때 갑자기 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했다.이 같은 경보음은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도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사이우토는 아직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듯 "죄송합니다.

화재 경보 소리 같은데요.계속해서 상황을 알려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고는 인터뷰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내 두 앵커는 긴급히 대피했고 그사이 방송은 광고화면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뉴욕 대신 워싱턴 스튜디오에서 잠시 방송을 진행하다가 화면이 다시 뉴욕으로 돌아왔을 때 두 앵커는 CNN 건물 밖 거리에 나와 있었다.두 사람은 거리의 소음과 차량의 경적, 사이렌 소리가 뒤섞인 혼잡한 상황에서 휴대전화로 상황을 전달했다.

방송 역시 화질이 낮은 동영상 화면으로 전달되다가 곧 정상 화면으로 바뀌었다.

거리에는 나란히 대피한 CNN 직원들과 타임워너 빌딩 쇼핑몰 고객들이 뒤섞여 서성였다.
이날 오전 CNN 뉴욕지국 건물에서 폭발물이 발견된 직후 200여 명의 직원이 대피했다.

이러한 대피 상황은 오후 3시 45분까지 5시간가량 이어졌다.

혼비백산한 직원들은 랩톱과 코트, 지갑 등을 그대로 사무실에 남겨둔 채 긴급히 빠져나왔다.

동시에 경찰들이 겹겹이 건물 안으로 들어왔고 NYPD(뉴욕경찰) 폭발물 처리 트럭도 투입됐다.

제프 저커 CNN 사장은 뉴욕지국 폭발물 소동 후 트위터에 글을 올려 언론을 공격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평소 발언과 이번 공격 시도를 연결시키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저커 사장은 "백악관은 그들의 계속되는 미디어에 대한 공격의 심각성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다"면서 "대통령, 그리고 특히 백악관 대변인은 그들의 말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CNN은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인 보도로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CNN을 '가짜뉴스', '미국인들의 적'이라고 비난하면서 CNN 소속 기자의 질문권을 박탈하거나 백악관 회견에 출입을 금지하는 등의 방식으로 적대감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곤 했다.

이날 CNN에 대한 폭발물 위협 사실이 보도된 지 2시간이 지난 시점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차남 에릭의 아내 라라 트럼프가 트럼프 대통령 재선 운동 모금을 위한 서한을 지지자들에게 보내면서 CNN을 비판하고 "그 매체에 경종을 울릴 때"라고 밝혀 논란이 되기도 했다.미국의 11·6 중간선거를 열흘가량 앞둔 이 날 미국에서는 CNN을 비롯해 오바마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 등 반(反) 트럼프 진영의 최고위 유력 인사들 앞으로 폭발물이 든 소포 배달이 시도돼 미 연방수사국(FBI) 등 수사당국이 수사에 착수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