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일본경제 워치] 일본 기업에 여전히 만연한 '올드보이' 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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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 13명, 미쓰이스미토모트러스트홀딩스 11명, 미쓰이스미토모파이넌스그룹 9명, 미쓰비시캐미칼홀딩스 8명, 미즈호파이넌스그룹 7명…
각 회사별로 전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전직 고위급 임원들이 고문·상담역 등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숫자입니다. 일본 기업에는 사장님, 회장님 위에 ‘전 사장님’ ‘전 회장님’ ‘전전 회장님’이 있다는 유머가 있을 정도로 은퇴한 경영진의 영향력이 적지 않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경영진 중 상당수가 고문·상담역 등의 직책으로 여전히 회사 경영에 입김을 불어넣고 있는 것입니다.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기업지배구조 분석회사인 프로네트가 도쿄증시1부 상장 기업 중 923개사를 조사한 결과, 여전히 2개사 중 1개사 꼴로 고문·상담역 등의 직책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올드보이(OB) 천국’이라는 일본 기업의 실상이 다시 한 번 드러난 것입니다.
조사 대상의 55%인 504개사에서 상담역·고문이 있다고 답했고, 상담역·고문 직책을 달고 있는 사람은 835명에 달했습니다. 기업당 평균 1.7명의 고문·상담역을 두고 있는 것입니다. 주로 금융사와 중후장대형 업종의 대기업에서 전직 임원이 은퇴 후에도 일정정도 활동을 지속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장 많은 전직 임원이 활동 중인 곳은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이었습니다.상담역·고문의 70%인 605명은 유급직이었고, 상근하는 사람도 전체의 20%인 162명에 달했습니다.고문·상담역 문화는 일본에서 적잖은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연공서열 문화가 강한 일본에서 이미 은퇴한 고참 선배들의 발언을 현 경영진이 무시하기 어려운 탓에 잘못된 경영판단이 이어지곤 했기 때문입니다. 한때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이었던 도시바가 ‘OB’들의 지나친 경영간섭과 파벌싸움으로 쇠퇴한 뒤 상담역·고문제도가 일본 시장에서 도마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업에 대해선 ‘고문’ ‘상담역’ 등의 업무내용을 공개토록 하는 제도가 도입됐지만 오랜 전통이 단기간에 사라지지는 않는 모양입니다. 옛 임원들이 고문 등을 맡으면서 영향력을 계속해서 행사하고 있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가 지속돼 왔지만 여전히 갈 길이 먼 상황입니다.
일본 기업들이 과연 언제쯤 과거의 ‘굴레’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지 향후 전개과정이 주목됩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각 회사별로 전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전직 고위급 임원들이 고문·상담역 등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숫자입니다. 일본 기업에는 사장님, 회장님 위에 ‘전 사장님’ ‘전 회장님’ ‘전전 회장님’이 있다는 유머가 있을 정도로 은퇴한 경영진의 영향력이 적지 않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경영진 중 상당수가 고문·상담역 등의 직책으로 여전히 회사 경영에 입김을 불어넣고 있는 것입니다.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기업지배구조 분석회사인 프로네트가 도쿄증시1부 상장 기업 중 923개사를 조사한 결과, 여전히 2개사 중 1개사 꼴로 고문·상담역 등의 직책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올드보이(OB) 천국’이라는 일본 기업의 실상이 다시 한 번 드러난 것입니다.
조사 대상의 55%인 504개사에서 상담역·고문이 있다고 답했고, 상담역·고문 직책을 달고 있는 사람은 835명에 달했습니다. 기업당 평균 1.7명의 고문·상담역을 두고 있는 것입니다. 주로 금융사와 중후장대형 업종의 대기업에서 전직 임원이 은퇴 후에도 일정정도 활동을 지속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장 많은 전직 임원이 활동 중인 곳은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이었습니다.상담역·고문의 70%인 605명은 유급직이었고, 상근하는 사람도 전체의 20%인 162명에 달했습니다.고문·상담역 문화는 일본에서 적잖은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연공서열 문화가 강한 일본에서 이미 은퇴한 고참 선배들의 발언을 현 경영진이 무시하기 어려운 탓에 잘못된 경영판단이 이어지곤 했기 때문입니다. 한때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이었던 도시바가 ‘OB’들의 지나친 경영간섭과 파벌싸움으로 쇠퇴한 뒤 상담역·고문제도가 일본 시장에서 도마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업에 대해선 ‘고문’ ‘상담역’ 등의 업무내용을 공개토록 하는 제도가 도입됐지만 오랜 전통이 단기간에 사라지지는 않는 모양입니다. 옛 임원들이 고문 등을 맡으면서 영향력을 계속해서 행사하고 있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가 지속돼 왔지만 여전히 갈 길이 먼 상황입니다.
일본 기업들이 과연 언제쯤 과거의 ‘굴레’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지 향후 전개과정이 주목됩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