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시트라'처럼 국회에 R&D 기구 설립을"

고비용 저효율 R&D 지원사업

R&D 예산 중 운영비만 年2조
전문가 키워 신뢰시스템 갖춰야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등 국내 22개 연구개발(R&D) 관리 전문기관은 2016년 2조원 이상을 운영비로 썼다. 이는 전체 정부 R&D 예산의 10%가 넘는 규모다. 전체 R&D 예산(19조원) 중 10%가량이 행정 비용으로 쓰이는 셈이다. 사전평가, 중간평가, 사후평가 등에 많은 관리비용이 투입된다. 하지만 그렇게 지원받은 기업 중엔 지원받지 못한 기업보다 매출 증가율이 낮은 기업이 많았다. R&D 지원 진행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R&D 지원 전문가를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R&D와 관련된 실력과 혜안을 갖춘 전문가를 키워 믿을 수 있는 지원시스템을 개발하고, 투자 효율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정부 R&D 지원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 이유는 30~40년간 같은 일을 하는 깊이 있는 전문가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R&D 전문가가 어떤 분야에서 실력있는 교수가 누구이고 기업은 어디인지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특정 기업을 파격적으로 지원해도 특혜 시비를 걸지 않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는 얘기다. 그는 “한국엔 전문가가 거의 없다”며 “우선 전문가를 육성하고 선별 지원해줄 때도 특혜 시비가 일지 않는 신뢰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정권 교체 등에 영향을 받지 않고 국가 미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국회 내 R&D 예산·지원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정보기술(IT) 강국으로 꼽히는 핀란드는 1967년 ‘핀란드 미래 연구의 심장’이라 불리는 시트라(SITRA·핀란드의회혁신기금)를 세웠다.

시트라는 핀란드 중앙은행의 재원 조달로 설립돼 중앙은행 관리감독을 받았으나 1991년 핀란드 의회 직속 독립기관이 됐다. ‘싱크탱크(Think tank)’를 넘어 ‘싱크 앤 두(Think and do)’를 표방한다. 미래 기술뿐만 아니라 이를 기반으로 한 정책 실행까지 연구한다. 정부부처의 재정 지원과 감독을 받지 않는다. 독자적이고 실험적인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게 시트라의 장점으로 꼽힌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