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부담금' 17조8000억 걷고도…2기 신도시 도로·철도 지지부진

입주민 아파트 분양가에 반영
정부가 2기 신도시 교통망 건설을 위해 입주민들에게서 걷은 돈이 17조8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주민 1인당 낸 금액이 최고 2200만원에 달했다. 신도시 광역교통망 건설 계획이 줄줄이 지연되면서 교통정책을 총괄하는 국토교통부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본지 10월3일자 A1, 5면 참조
홍철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토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사업시행자가 낸 2기 신도시 10곳의 광역교통개선대책 사업비는 17조806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신도시에 도로 전철망 등을 깔기 위해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사업시행자가 입주민들에게서 걷은 돈이다. 주로 아파트 분양가에 반영한다. 2기 신도시 입주민들이 광역교통 구축 명목으로 17조8063억원을 부담한 셈이다. 광역교통개선대책 총사업비 31조3900억원 중 56.7%에 달하는 규모다.

입주민 1인당 낸 부담금을 보면 수원광교가 22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성남판교(2000만원), 파주운정(1700만원), 위례(1400만원), 김포한강 및 화성동탄2(각 1200만원), 화성동탄1(1000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입주민 1인당 평균 교통부담금은 1200만원인 것으로 확인됐다.그러나 신도시 광역철도망 구축 계획은 줄줄이 늦어지고 있다. 2013년 12월 입주에 들어간 위례신도시에선 계획된 철도망 4개 중 착공한 곳이 단 하나도 없다. 김포도시철도는 당초 올해 11월 개통 예정이었으나 내년 7월로 연기됐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연말에 대규모 택지 후보지를 발표할 때 기존 2기 신도시 중에서 교통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곳의 대책을 함께 발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사업비 분담 비율이 신도시마다 다른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인천검단은 사업시행자가 교통부담금의 95.2%를 분담했지만 양주신도시는 사업시행자가 27%를 냈다. 현행법상 재원 부담에 따른 명확한 기준이 없어서다. 홍 의원에 따르면 국토부는 현재 광역교통개선대책 부담금의 주체와 비율을 명확히 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 의원은 “광역교통개선대책을 수립해 최종 확정하는 곳이 국토부인데 해당 재원을 2기 신도시 주민들에게 전가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재원을 부담하도록 광역교통법 개정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