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에 질린 코스피 '역대급 추락'

'살얼음판' 글로벌 증시

연중 최고점 대비 20% 넘게 떨어져

외국인 이어 개인마저 '팔자' 나서
미국發 충격에 기업실적 우려 겹쳐
코스피지수가 미국발(發) 충격에 또다시 급락했다. 최근 사흘간 2161.71에서 2063.30으로 98.41포인트(4.6%) 떨어졌다. 올해 최고점(1월29일, 2598.19) 대비로는 하락률이 20.6%에 달한다. 지금 같은 하락 추세라면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코스피지수가 고점 대비 약 26% 하락했던 2011년의 낙폭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10년간 연고점 대비 코스피지수가 20% 이상 하락한 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강타한 2008년(하락률 50.3%)과 미국 신용등급 강등 위기를 겪었던 2011년(25.9%) 등 두 번뿐이었다. 그리스와 스페인 등 남유럽 재정위기로 증시가 혼란에 빠졌던 2012년(13.7%)과 중국 경제성장 둔화 우려에 따른 위안화 폭락 사태로 시장이 흔들렸던 2015년(15.8%)에도 연고점 대비 낙폭은 지금보다 크지 않았다.

코스피지수의 가파른 하락은 뚝 떨어진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코스피지수의 12개월 예상 순이익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4배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10월27일(0.78배) 수준에 근접했다.

속절없이 무너지는 증시에 공포심리가 확산되면서 그간 외국인과 기관투자가의 매도세에도 꾸준히 매수 우위를 유지하던 개인투자자마저 ‘팔자’로 돌아섰다. 이날도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3614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하락세를 이끌었고 개인도 2813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기관은 6310억원어치 순매수했다.증권업계에서는 미 기술주 급락 등 대외적 요인과 더불어 국내 기업들의 실적 전망도 한국 증시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라고 진단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영업이익 규모는 210조6000억원으로, 작년 대비 7.9%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영업이익 증가율이 32.5%에 달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익 증가세가 급격히 둔화한 것이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올해 주당순이익(EPS) 전망치 역시 1개월 전보다 1% 감소했다. 같은 기간 미국(-0.2%)보다 감소폭이 컸다. 일본(0.1%)은 소폭 증가했다.

현대차와 네이버 등이 이날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3분기 실적을 내놓으면서 우려가 현실이 됐다. 유가증권시장에서만 셀트리온과 현대차, 아모레퍼시픽 등 326개 종목이 장중 최근 1년 새 최저가를 경신했다.

오형주/김동현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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