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매체, 아베 방중 보도 신중…'국민감정' 의식한 듯

中CCTV·인민일보, 아베 방중 간략 보도…의전은 최고 수준
SCMP "일본-중국 협력 강화, 미국 심기 건드릴 수 있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중국을 처음으로 공식방문하면서 중·일 관계가 개선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 매체들이 아베 총리와 관련한 보도에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아베 총리는 방중 첫날인 지난 25일 중일 평화우호조약 체결 40주년 기념 리셉션에 참석한 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 함께 만찬을 하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7년 만에 방중하는 일본 총리를 맞기 위해 아베 총리의 전용기가 도착하는 활주로에 의장대를 배치하고, 첫날 만찬에도 원탁 100개를 배치하는 등 최고 수준의 의전을 하고 있다.

하지만 관영 중앙(CC)TV 등 주요 중국 매체들의 보도 행태는 사뭇 다르다.CCTV는 아베 총리가 베이징에 도착한 25일 메인뉴스 격인 오후 7시 신원롄보(新聞聯播)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광둥(廣東) 성 방문 내용을 20여 분 보도하고, 아베 총리 관련 소식은 단신으로 전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도 26일 아베 총리와 관련한 보도는 사진 없이 리 총리와의 회담 내용만 전했다.

대부분 매체도 아베 총리의 방중과 관련해 관영매체 보도를 그대로 인용하는 수준에 그쳤다.중일이 평화우호조약을 체결한 지 40주년을 맞은 데다 경제규모로 세계 3위 국가인 일본의 총리가 방문한 무게감에 비하면 보도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모습이 역력하다.

중국 매체들의 이러한 보도 태도는 역사적으로 골이 깊은 중일관계에 대한 국민감정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로 한중이 갈등을 겪는 와중에 방중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중국 매체들이 주요 뉴스로 보도한 것과 비교하면 이런 보도 행태는 이례적이다.베이징 소식통은 "중국은 약소국 정상이 와도 인민일보에 사진과 함께 보도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번 아베 총리의 방중 의미를 고려하면 국민감정 등을 의식해 보도에 수위를 조절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오늘 시 주석과 아베 총리의 회동 뒤에는 보도 비중이 조금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아베 총리가 중국에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참여라는 선물을 안겨줄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을 의식해 신중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 일본 관료는 "미국은 우리가 중국에 너무 가까워지지 않는지 의심할 것"이라며 "우리는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중국이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으므로 일본이 필요하지만, 미·중 관계가 개선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경제 전문가 카타로 타무라는 "중국과 협력을 강화하면 미국은 우리가 누구 편인지를 물으면서 '충성심 테스트'를 하려고 할 것"이라며 "일본은 신중하게 행동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