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자동화 쉬운 업종 여성 일자리 줄여"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동화는 비효율적…노동ㆍ자본관계 왜곡 우려"

최저임금이 오르면 업무 자동화가 쉬운 직종의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더 많이 줄어들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특히 기업 규모가 클수록 노동을 대체하는 자동화 속도가 빠르며, 성별로는 여성의 일자리가 자동화에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상호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은 26일 재정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논문 '최저임금과 자동화 : 최저임금이 자동화를 통해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서 이같이 밝혔다.

논문은 고용노동부의 '2017년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결과를 기초 자료로 자동화 수준에 따라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적으로 분석했다.자동화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는 수준을 보여주기 위해 '자동화 민감도'라는 개념을 사용했다.

이는 과거의 연구 사례를 참고해 기계로 대체할 수 있는 반복적인 작업이 얼마나 많은지를 기준으로 측정했다.

분석 결과 자동화 민감도가 상위 33%인 직종에서 최저임금이 1천원 오르면 고용 비중이 0.83%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성별을 구분해 보면 여성이 더 큰 타격을 받았다.

최저임금 1천원 오르면 여성 노동자의 고용 비중은 9.49%포인트나 줄었으나 남성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이는 여성이 상대적으로 자동화가 쉬운 직종에서 주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자동화 민감도 상위 33%인 기업을 규모별로 보면 100∼299명, 500명 이상 기업에서 최저임금이 1천원 오르면 노동시간 비중이 각각 1.11%포인트, 3.00%포인트 감소했다.

기업 규모가 클수록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노동 투입을 줄이는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업종별로 보면 서비스업에서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다.

서비스업은 최저임금이 1천원 오르면 고용 비중이 1.17%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논문은 자동화가 쉬운 직종에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과 근로시간 비중이 줄어든다는 것은 그만큼 실업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동화는 기술의 발전에 따른 자동화와 달리 인위적이고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노동과 자본 간 관계를 왜곡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논문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증폭된 자동화 속도로 일자리에서 밀려날 확률이 높은 계층이 여성이라는 점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여야 하는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썼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