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로이트 기고] 美 '증권형 ICO 판별'이 핵심, 싱가포르 '증권법·AML' 적용기준 명확

딜로이트-한경닷컴 기획연재 (8)
안혜진·장진 <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컨설턴트 >
안혜진(왼쪽)·장진 컨설턴트.
암호화폐 공개(ICO)에 대한 입장은 국가별 차이가 있다. ICO에 우호적인 국가도 있는 반면 ICO를 전면 금지하는 국가도 있다. 이번 8회 기고를 비롯해 9~10회 기고에서는 여러 국가의 ICO 관련 규제를 살펴본다.

미국 SEC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ICO의 증권법 규율 여부에 대한 입장은 미국에서 ICO를 진행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본 기고문에서도 이를 중심으로 살펴보겠다. SEC는 전반적으로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서는 긍정적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자국 증권시장 보호를 위해 ICO에 대해선 보다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고 있다. SEC 관계자들의 ICO 관련 공개발언에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암호화폐 가격이 급변한 만큼 시장은 SEC의 태도에 주목하는 상황이다.

작년 7월 SEC는 탈중앙화된 자율조직(DAO)이 증권에 해당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하고, 이후 제이 클레이튼 위원장이 “모든 ICO는 증권”이라고 발언해 업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올 6월에는 윌리엄 힌먼 SEC 기업금융국장이 “이더리움은 결정 권한이 매우 분산화돼 있어 필수 공개사항 특정이 어려워지고 무의미해 증권법 적용이 어렵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때문에 최근 업계에서는 SEC의 명확한 입장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강하게 일고 있다.

구체적으로 SEC는 특정 거래의 투자 계약 해당 여부를 판단하는 ‘호위 테스트(Howey Test)’에 따라 DAO가 증권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토큰이 증권이라고 판단되면 해당 ICO는 증권법에 의해 규정되며 SEC의 증권 신청 절차를 거쳐야 한다. 호위 테스트는 다음 세 가지 항목을 모두 충족할 경우 ICO는 투자 계약, 해당 토큰은 증권이라고 판단한다.자본의 투자가 공동사업에 이뤄질 것
"an investment of money in a common enterprise"

SEC 기준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발행 토큰의 대가로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코인을 지불하므로 대부분의 경우 자본 투자에 해당되는 것으로 판단된다.

투자로부터 수익이 창출되기를 기대할 것
"with a reasonable expectation of profits"여기서 ‘수익’은 배당금, 정기적 지불, 투자액의 가치 상승 등을 포함한다. SEC는 토큰 소지자들이 DAO가 투자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프로젝트들의 자본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인 영리집단이라 이해했다. 또한 수익을 공유받기를 기대한다고 판단했다.

이익이 타인의 노력으로부터 창출될 것
"profits to be derived from the efforts of others"

제9연방순회항소법원은 이 기준을 “투자자 외의 사람들의 노력이 의심할 여지없이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대한 부분일 것”이라고 해석한다. 다만 ‘오로지(solely)’ 타인의 노력에 의해 창출돼야 하는지에 대해선 명확하지 않다. 초기 호위 테스트에서 이 문구가 포함된 이후 일부 대법원 판례는 아예 언급하지 않고, 연방법원에서는 입장을 달리한 탓이다.SEC는 DAO의 경우 해당 DAO 창립자들의 전문성과 노력이 DAO를 운영하고 투자 펀드들을 보호하며 프로젝트 안건들에 대한 투표 여부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판단했다. 반면 DAO 토큰 소지자들은 회사에 대한 유의미한 결정 권한이 없다고 봤다. 첫째, 토큰 소지자들은 큐레이터가 선정한 안건에 대해서만 투표할 수 있어 투표권은 형식적이었고 둘째, 토큰 소지자들이 가명인 경우가 많고 매우 분산돼 있어 한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따라서 DAO 투자자들 입장에서 이익이 타인의 노력에 의해 창출됐다고 판단했다.

SEC는 DAO의 경우 위 세 조건을 모두 충족해 증권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싱가포르 MAS

싱가포르 통화청(MAS)은 지난해 8월 디지털 토큰을 ‘토큰 소지자가 이익을 얻거나 특정 기능을 수행할 권리에 대한 암호 보안화된 표상’이라고 정의했다. 동시에 싱가포르 증권 선물법(SFA)에 의해 규제되는 자본시장 상품, 즉 증권·선물계약·외환거래의 성격을 갖고 있는 디지털 토큰의 발행 및 제공은 SFA에 의해 규제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토큰이 증권으로 분류되면 관련법의 규제를 받아야 하므로 대부분 ICO 팀은 비증권형 토큰 발행을 선호한다. MAS는 같은해 11월 증권형 토큰과 관련된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디지털 토큰 제공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증권법 관련 규제

디지털 토큰이 SFA상 자본시장 상품에 포함되는 경우는 지분, 주식, 사채, 집합투자기구 등에 관한 권리나 이익의 성격을 가질 때다. 부연 설명하면 아래와 같다.

△지분: 토큰이 기업의 소유 지분을 나타내거나 부여하고, 토큰 소지자의 회사에 대한 책임을 나타내거나, 기업 내 다른 토큰 소지자들과의 상호 계약을 나타내는 경우
△사채: 토큰이 토큰 발행자가 토큰 소지자로부터 빌린 부채를 구성하거나 증명하는 경우
△집합투자기구의 단위: 토큰이 집합투자기구에 대한 권리나 이익을 나타내거나 이를 얻을 수 있는 선택권을 나타내는 경우

이때 ICO를 진행하려면 몇 가지 예외 사항을 제외하고 SFA 관련 조항에 따라 필요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암호화폐 거래소처럼 디지털 토큰 교환 플랫폼을 제공하는 자의 경우 SFA가 인정하는 자본시장 서비스 라이선스가, 디지털 토큰에 관한 재무 자문을 제공하려는 이도 해당 라이선스가 있어야 한다.

자금세탁 및 테러자금 조달 방지

MAS는 디지털 토큰이 비증권형이라 해도 자금세탁방지(AML) 및 테러자금조달방지(CFT) 조항이 적용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수상한 거래는 경찰청에 보고할 의무가 있으며 테러자금 조달 위험성이 있는 거래는 금지 요구될 수 있다고 했다. 나아가 MAS는 이와 관련한 새로운 지불서비스 체계도 도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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