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고성 해변가 땅, 매물 없어 부르는 게 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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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선 접경지역 가보니…“아야진해수욕장 카페해변길 인근 전망 좋은 주택 부지는 3.3㎡당 1300만원에도 사겠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5년 전엔 3.3㎡당 100만원도 안 하던 곳인데 몇 년 사이 훌쩍 올랐습니다.”(강원 고성군 D부동산 관계자)
남북관계 개선·관광특수 기대
토성면 해변가 5년새 13배 올라
고성 땅값 3분기까지 6.51%↑
파주에 이어 '시군구 상승률' 2위
"미래 불확실…섣부른 투자 안돼"
26일 찾은 고성군 토성면 아야진해수욕장은 여름철 관광객들이 빠져나가 한적했다. 해변에는 관광객을 위한 펜션, 카페, 음식점보다는 황량한 풀밭과 임야, 주민들의 주택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토지매매시장은 분위기가 달랐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현재는 아무것도 없는 임야지만 해변에 접한 땅은 호가가 3.3㎡당 400만원 이상 할 것”이라며 “매물이 없어 부르는 게 값이라 더 올라갈 수도 있다”고 했다.휴전선 접경지역인 고성군의 토지시장이 뜨겁다. 강원권 관광객 증가와 남북한 화해 모드를 타고 토지를 매입하려는 투자자가 증가하면서 지난해부터 땅값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추가 상승 노린 투자자들 몰려
강원지역 부동산업계에서는 인근 강릉과 속초, 양양의 관광객 증가가 고성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속초 해변길의 카페거리는 관광객이 몰리며 토지가격이 3.3㎡당 4000만원대까지 뛰었다. 고성 해변도 인근 지역처럼 개발되면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고 미리 매입하려는 투자자들이 달려들며 2~3년 사이 가격이 몇 배 뛰었다.
고성군도 관광 활성화에 나섰다. 2016년 11월 보전산지이던 죽왕면 오호리 해변 토지를 관광휴양개발진흥지구로 지정하고 토지 개발을 일부 허용했다. 지난해 말에는 접경지역 통제로 철책을 둘러놨던 죽왕면 문암진리 삼포해수욕장 인근 철책도 관광객 유치를 위해 없앴다. 삼포해수욕장 펜션·민박지역은 이면도로 내 토지가 지난해 3.3㎡당 200만원에 거래됐지만, 올해는 인근 토지가 3.3㎡당 400만원에 거래됐다.
올 들어 남북 정상이 동해선·경의선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기로 합의하면서 땅값은 더 뛰었다. 땅주인들은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2배 이상으로 높였다. 강원 토지매매전문 중개업소 관계자는 “매수 문의가 지난해에 비해 30~40% 정도 늘었다”며 “설악산 자락이나 평지 쪽 토지는 해안 토지보다 저렴한 3.3㎡당 30만~50만원대라 관심이 많다”고 설명했다.경매시장도 뜨겁다. 지난달 17일 춘천지방법원에서 경매된 고성군 거진읍 송강리 임야 7272㎡는 3명이 경쟁해 감정가(3054만2400원) 대비 974%인 2억9751만원에 낙찰됐다. 이달 초 열린 토성면 청간리의 대지 경매도 낙찰가가 감정가의 336%에 달했다.
◆남북 관계 개선 기대, 땅값 상승률 2위
남북 관계 개선 기대로 땅값 상승률은 전국 2위에 올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고성군은 올 3분기까지 땅값이 6.51% 오르며 전국 시·군·구 중 두 번째로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강원 전체가 2.69% 오른 것과 비교하면 큰 폭의 상승세다. 국토부는 “남북 교류 기대로 접경지역 수요가 지속적으로 높았고, 해안 전원주택 수요도 많아 땅값이 많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인 지역도 접경지역인 경기 파주시(8.14%)다. 파주는 남북 관계 개선 기대에 따른 투자 수요뿐만 아니라 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지하철 3호선 연장 등 교통 호재가 함께 작용했다. 파주와 고성 다음으로는 서울 용산구(6.50%), 부산 해운대구(6.70%), 서울 동작구(6.05%) 등이 많이 올랐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불확실한 미래 수익을 기대하고 토지를 매입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고성군 인구는 3만749명(2016년 기준)에 불과해 상업시설을 지을 경우 자체 수요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일자리 증가나 관광 활성화 등 인구 유입 요인이 있어야 토지 활용 가치가 높아진다”며 “저평가됐다는 이유로 미리 투자하면 손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도 “동해선 철도가 개통되기까지는 장기간 기다려야 한다”며 “다른 호재가 없다면 지나치게 비싼 가격을 주고 매입하는 것은 다시 한번 검토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성=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