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환자 사망위험 확 줄여주는 항응고제

전예진 기자의 토요약국

혈전이 뇌혈관 막아 치명적
1950년대부터 쓰인 '와파린'
잦은 혈액검사·식단조절 등 불편

국내 첫 NOAC 제제 출시
효과 뛰어나고 복용도 간편

매년 10월29일은 ‘세계 뇌졸중의 날’입니다. 뇌졸중을 포함한 뇌혈관 질환은 심장질환에 이어 국내 사망원인 3위를 차지하는 치명적인 질환인데요. 한국에서 한 해 뇌졸중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는 57만 명 이상입니다. 뇌졸중의 약 80%는 혈전(피떡)이 뇌혈관을 막아 뇌에 산소와 영양분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허혈성 뇌졸중, 즉 뇌경색입니다. 고혈압, 당뇨병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심장이 빠르고 불규칙하게 뛰는 심방세동으로 인한 뇌졸중이 약 15~20%를 차지합니다. 문제는 심방세동으로 인한 뇌졸중이 다른 뇌졸중에 비해 사망률이 두 배 높다는 데 있습니다. 심방세동으로 인한 뇌졸중을 경험한 환자의 절반이 1년 안에 사망한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입니다.

이 때문에 중등도 이상 뇌졸중 위험성이 있는 심방세동 환자들은 평소 정기적인 검진을 받고 혈액 응고력을 감소시켜 혈전 생성을 막는 항응고제를 통해 뇌졸중을 예방해야 합니다. 항응고제로는 비타민K 길항제 계열의 ‘와파린’이 대표적입니다. 1950년대부터 심방세동 환자가 뇌졸중을 예방하기 위해 써온 약물인데요. 와파린을 사용하면 혈액 응고 정도를 측정하는 INR검사를 받기 위해 월 1회 병원을 방문해야 합니다. 비타민K 길항제로 특정 음식과 상호작용이 높아 식단을 조절해야 하고 약효 발현 시간이 느리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식단 조절이나 잦은 혈액검사 없이 복용할 수 있는 경구용 항응고제가 나와 불편함이 많이 줄었습니다. 비-비타민K 길항 경구용 항응고제(Non-VKA Oral Anticoagulation, NOAC)입니다. 2009년 국내 최초 NOAC 제제인 자렐토(바이엘코리아·사진)가 허가된 이후 와파린 대신 NOAC가 뇌졸중 예방약으로 자리잡았습니다. 국내에 시판 중인 NOAC는 자렐토 외에 프라닥사(한국베링거인겔하임), 엘리퀴스(한국BMS제약), 릭시아나(한국다이이찌산쿄) 등 총 4종입니다.

이 중 프라닥사를 제외한 3종은 혈전을 생성하는 혈액응고인자(Factor Xa)에 작용해 피를 묽게 하는 약물입니다. 심방세동 환자가 항응고제를 매일 1~2회 복용하면 뇌졸중 발생 위험을 절반 이상 낮출 수 있습니다.

자렐토의 경우 한국인 844명을 포함해 아시아 10개국 환자 2273명이 참여한 임상시험에서 전체 환자의 96% 이상이 뇌졸중, 전신색전증, 주요 출혈 등으로 사망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