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이 생명을 바쳐서 지켜낸 민주주의임을 (지금) 젊은 세대가 잊지 않고 기억하고 추모하는 것, 그것이 중요합니다."(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 26일 오후 3시 40분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 처음으로 광주를 방문한 슈뢰더 전 총리와 김소연 씨 부부가 '민주의 문'을 지나 민주묘지에 첫발을 디뎠다.
광주에 세차게 내리던 비도 때맞춰 멈췄다.
작년 9월 방한 당시 영화 '택시운전사'를 관람하고 광주 5·18 민주화 운동에 깊은 감명을 받았던 슈뢰더 전 총리가 이번 한방한 기간에는 영화의 배경인 광주의 민주묘지를 방문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택시운전사'는 5·18 민주화 운동의 참상을 전 세계에 알린 독일 언론인 고(故) 위르겐 힌츠페터와 그를 도운 택시 운전사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최근 김소연 씨와의 결혼으로 '한국의 사위'가 된 슈뢰더 전 총리가 한국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고자 택한 방문지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었다.
이번 참배에 당시 영화를 함께 관람했던 김황식 전 국무총리도 동행했다.슈뢰더 전 총리는 민주묘지에 들어서며 방명록에 '이곳에서 당시 당국의 잔혹함과 특히 젊은 민주 투사들의 용기를 기억합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2018. 10. 26'라고 적었다.
슈뢰더 부부는 추모탑에 헌화·분향하고 묵념했다.'임을 위한 행진곡'이 흐르는 가운데 한 걸음씩 추모탑으로 향하는 슈뢰더 전 총리의 표정이 진중했다.
이어 뒤편의 제1묘역으로 향한 슈뢰더 부부는 첫 희생자인 김경철 씨의 묘를 찾았다.
슈뢰더 전 총리는 비석에 손을 대고 고개 숙여 잠시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부부는 이어 15분가량을 천천히 걸어 구묘역으로 향했다.
5·18 민주화 운동 당시 희생자의 시신이 리어카 등을 통해 구묘역으로 옮겨져 매장됐다는 국립 5·18민주묘지관리소 신경순 소장의 설명을 듣는 슈뢰더 전 총리의 표정이 더욱 무거워졌다.
슈뢰더 부부는 구묘역 제단을 참배한 데 이어 힌츠페터의 유해 일부가 안장된 추모비를 찾았다.
힌츠페터의 노력이 아니었다면 광주 민주화 운동이 전 세계에 알려지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신 소장의 설명에 슈뢰더 전 총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슈뢰더 전 총리는 이곳에서도 추모비에 왼손을 대고 한참 생각에 잠겼다.
김소연 씨는 참배 내내 슈뢰더 전 총리의 옆을 지키며 묘지의 의미와 여러 시설을 직접 설명하거나 통역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참배를 마치고 취재진에 "민주주의를 위해 산화하신 분들이 존엄성을 갖고 안치된 장소에 왔다는 느낌이 든다.
또 한국의 민주주의의 요람이 이곳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소감을 밝혔다.그는 이어 "또한 이 장소는 젊은 세대에게는 민주주의가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투쟁해서 얻어내는 것이라는 점을 상기시켜주는 장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