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논의 연기에 우리금융지주 회장 선출일정 '촉박'

내달 23일 임시 이사회 전 보름 안에 결정해야

새롭게 설립될 우리금융지주의 지배구조 논의가 2주가량 미뤄짐에 따라 지주사 회장 선출 과정이 급박하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금융당국이 지주사 전환을 승인하고 지주사 지배구조에 대한 '입장'을 전달하는 대로 우리은행은 회장 선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주회사 지배구조 방향을 다음달 7일 금융당국의 지주사 전환 승인 이후에 정하기로 했다.

당초 26일 정기이사회가 끝나고서 사외이사들만 모여 지주회사 회장과 은행장 겸직 여부를 비롯한 지주사 지배구조 방향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됐다.결정이 연기된 것은 이사회 전날 열린 사외이사 간담회에서 금융당국의 입장이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예금보험공사가 추천한 비상임 이사가 당일 간담회에 참석해 회장-행장 겸직 여부 등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입장을 전할 예정이었으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국회 국정감사를 앞둔 데다가 '관치' 논란이 일어 금융위가 의견을 제시하기가 부담스러웠던 것으로 보인다.우리은행 민영화 이후 행장 선임에 관여하지 않았던 금융위가 "지배구조 관련 의견을 내겠다"고 하자 정부가 지주사 회장 후보 선정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로 인해 회장 선출 과정이 촉박해졌다.

우리은행이 다음달 7일 금융위 승인 다음날인 8일에 회장 후보 물색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23일 임시 이사회 때까지 남은 시간이 보름 정도다.23일 이사회는 12월 28일 주주총회 소집을 결정하기 위해 열리는 것으로, 관련 규정상 그 이후로 미룰 수 없다.

회장 선출에 드는 물리적 시간을 감안하면 아예 여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현 손태승 은행장은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선출 작업을 개시한 지 11일 만에 후보자로 내정됐고, 전임 이광구 전 은행장은 21일 만에 결정됐다.

우리금융지주는 아직 설립되지 않은 회사여서 관련 법과 규정에 따르면 임추위를 꾸리지 않아도 된다.

상법 360조의16에서 이사의 인적 사항 등을 기재한 주식이전계획서를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돼 있다.

우리은행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를 결정해 주총에서 승인을 받으면 된다는 의미다.

지주사 지배구조에 관련한 금융당국의 입장은 '일단 현 은행장을 후보에 포함해 지주사 회장을 선출하고 결과적으로 겸직 여부를 결정한다'는 우리은행 사외이사들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국정감사에서 "회장이든 행장이든 정부가 누구를 시키려고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어떤 경우에도 낙하산이라고 평가받는 인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이 회장·행장 분리로 결정한다면 '지주사 회장으로 누구를 앉힐지 염두에 둔 사람이 있구나'라는 오해를 살 수가 있다.
특히 우리은행의 현재 여건상 회장-행장 분리가 실익이 없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우리은행그룹은 자산 기준으로 우리은행 비중이 95% 이상으로 우리은행의 위상이 절대적이다.

지주사 회장을 별도로 뽑는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가 않다는 뜻이다.

지주사 회장이 인수·합병(M&A)을 통해 그룹의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짤 것이냐는 '큰 그림'도 당분간 그릴 수가 없다.

자본비율 하락이라는 '복병' 때문이다.

현재 은행이 지주사로 전환할 때 자산의 위험도를 내부등급법이 아닌 표준등급법으로 계산해야 한다.

은행의 자체 신용평가 시스템으로 산출하는 내부등급법이 아니라 금융회사 전체 평균을 적용하는 표준등급법을 쓰면 위험가중치가 높아져 자본비율이 하락한다.

현재 내부등급법이 적용되는 우리은행이 표준등급법으로 바꾸면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이 9월말 현재 15.8%에서 4%포인트가량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전에 하나은행을 비롯한 은행들이 지주사로 전환할 때 이런 자본비율 급락을 예방하기 위해 내부등급법을 적용하도록 한 특례조항이 있었으나 2016년 말로 일몰됐다.

우리은행이 일단 내년 한 해 표준등급법으로 지내고서 그해 재무제표가 확정된 2020년 3월 이후에 내부등급법 전환을 논의할 수 있다.

적어도 2020년 3월까지는 자본비율이 떨어진 상태여서 적극적인 M&A를 하기가 어려운 여건인 셈이다.

우리은행이 지주사 전환을 선언하면서 자산운용, 부동산신탁과 같이 규모가 적은 업종을 M&A 대상으로 꼽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새 회장 후보의 연령도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

현재 주요 금융지주회사는 대표이사 관련 나이 규정이 있다.

KB금융지주는 회장 선임과 재선임 시 연령을 만 70세 미만으로, 신한금융지주는 대표이사 회장의 신규 선임 연령을 만 67세 미만으로 제한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이사 재임 연령을 만 70세까지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최초 선임 당시 대표이사 회장의 나이는 KB금융은 만 59세,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만 60세였다.회장 후보 나이 기준을 두게 되면 세간에 거론되는 후보자들의 희비가 갈릴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