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정치인임을 잊지 말자

박제연의 글로벌 브리핑 (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간선거를 약 2주 앞두고 중산층 세금을 10% 감면하는 안을 1~2주 안에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속이 뻔히 보이는 이야기였지만 이는 증시 하락을 멈추는 장치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트럼프는 최근 중간선거 지원 유세에서 중산층을 위한 세금 감면을 고려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다니다가 최근에는 인하폭과 시기를 구체화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했던 대목은 “선거 전에는 표결할 시간이 없고, 선거 후에 표결하게 될 것”이란 말이었다. ‘공화당에 힘을 실어주면 세금 깎아주는 법안을 마련할 테니 잘 생각해서 투표하라’는 속내가 담긴 마지막 승부수인 셈이다. 단순하게 세금을 덜 내게 해주겠다는 사탕으로 표를 모으자는 의도도 있겠지만 그안에 숨은 의도는 한껏 물이 오른 미국의 소비를 이어가서 성장률을 지켜내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트럼프가 당선된 이후 미국 경제는 굉장히 탄탄해졌다. 실업률은 50년 내 가장 낮은 수준에다 주식시장은 최근의 하락이 아니었다면 3년 동안 내내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었다. 지난 2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연율 4.2% 성장했고 3분기에도 연율 4%대의 수치를 예고하고 있다. 최근 공화당 내부에서 트럼프 정책에 대한 지지율이 90%를 넘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것이 미국의 금리 인상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도 중요한 이슈다.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은 지난 2일 “중립 금리는 아직 멀었다”고 발언했고 17일에 공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역시 긴축의 신호로 시장은 해석했다. 대부분의 FOMC 위원들이 미국 경기를 상당히 낙관적으로 바라봤고, 일시적이든 아니든 정책 금리는 중립 금리를 넘어서는 수준까지 갈 수 있다고 했으며, 상당 기간 통화정책은 긴축적으로 흘러야 한다는 이야기도 했으니 말이다.

트럼프는 선거 승리를 위해 지지층의 결집을 원하고 이를 위해 내수 소비 진작을 위한 감세안을 카드로 준비했다. 하지만 최근 미국 시장 급락이 트럼프를 불안케 하고 있다. 트럼프의 궁극적인 목적이 선거 승리이고 이를 위해 증시 하락을 막아야 한다면 중국과의 협상을 위해 웃는 모습으로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이 점점 높아질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때쯤 한국 증시도 하락을 멈추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