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1만원으로 피카소 작품 소유…P2P 이색 투자상품 '눈길'

김순신 기자의 P2P 확대경

미술품 펀딩 아트투게더
작품 先구입한 뒤 투자자 모집
매각으로 얻은 수익 분배하는 방식

전시·공연 등 문화콘텐츠부터
태양광발전소 투자 상품도
P2P(개인 간 거래)금융 업체들이 이색상품을 내놓으며 영역을 넓히고 있다. 개인 신용대출과 건축자금 대출·경매 배당금 등 부동산 관련 상품으로 양분된 시장에서 신생 업체들이 틈새 공략에 나서는 모양새다. P2P업체들이 내놓은 상품은 태양광발전소 투자부터 유명 화가 파블로 피카소의 그림까지 다양하다. P2P업계 관계자는 “젊은 층이 고객인 P2P금융은 투자 상품 입소문이 곧 마케팅이기 때문에 이색 상품 출시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소액으로 미술품에 투자
P2P업체 투게더펀딩은 미술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계열사 아트투게더를 설립하고 29일부터 영업을 시작한다. 수익성 있는 작품을 선구입한 뒤 공동구매 희망자로부터 해당 금액을 모집하고, 투표 등을 통해 매각해 얻은 수익을 분배한다. 보유 기간엔 역삼동에 있는 갤러리 등에서 전시하고, 웹캠을 통해 24시간 인터넷 중계로 작품을 보여준다. 첫 공동구매 작품으로 피카소의 ‘순회 희극배우들과 부엉이’, 줄리언 오피의 ‘사라 댄싱(sara dancing)1’이 준비돼 있다.

투자 가능 금액은 1만원부터다. 자산가들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강한 기존 미술품시장을 “누구나 단돈 만원으로 피카소 작품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슬로건으로 대중화하겠다는 포석이다. 이상준 아트투게더 대표는 “음악과 마찬가지로 미술 역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예술 영역인데 지금까지는 자본가들만의 리그로 평가받았다”며 “아트투게더가 좋은 예술 작품을 누구나 공동으로 소유하고 함께 향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예술의 대중화’에 앞장서겠다”고 설명했다.◆전시·공연 상품도 줄이어

P2P업체 어니스트펀드도 조선 후기 대표적 화가인 단원 김홍도의 작품을 응용한 디지털 전시회에 투자하는 상품을 선보였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매출채권 담보, 개인신용채권 등의 대출 상품을 취급하던 어니스트펀드에서 문화 콘텐츠 관련 상품을 내놓은 것이다. 김홍도 얼라이브 전시회에 투자하는 해당 상품은 단원의 작품을 빛과 음악을 활용해 3차원(3D)으로 경험할 수 있는 미디어 아트 전시회다. 만기가 10개월인 이 상품의 수익률은 연 15%에 달한다. 어니스트펀드 관계자는 “100만원 이상 투자자에게는 전시회 입장권 2장을 제공했다”며 “투자도 하고 전시도 즐길 수 있는 점 때문에 20~30대 젊은 층의 호응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P2P업체 비욘드펀드는 지난 6월 공연기획 전문업체 볼륨유닛과 문화공연사업 펀딩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맺고, 문화공연 자금대출 투자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비욘드펀드는 연 16%, 만기 4개월 조건으로 ‘워터밤 2018 공연매출채권 유동화’ 투자상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비욘드펀드 관계자는 “입소문 효과가 크기 때문에 공연 관련 투자는 회사를 알리는 데 장점이 있다”며 “공연 관련 대출 상품을 지속해서 내놓을 계획”이라고 전했다.◆태양광발전소 투자도 P2P로

태양광발전소에 투자하는 P2P 상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태양광발전소의 시공과 기자재 구매 자금 제공을 목적으로 한다. 발전소 준공 후 은행 대출을 통해 투자 원금을 이자와 함께 대환하는 구조다. 태양광 P2P 전문업체 솔라브리지가 출시한 청주 2㎿ 태양광발전소 상품(수익률 연 13%, 만기 8개월)은 출시 사흘 만에 8억원의 투자금이 몰리며 완판됐다. 솔라브리지 관계자는 “인허가가 완료된 뒤 은행 대출이 나오기 전까지 ‘브리지론’만 취급하기 때문에 부실 가능성이 작은 게 인기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이 발행한 어음에 투자하는 P2P 상품도 있다. P2P업체 나인티데이즈는 전자어음을 담보로 하는 P2P대출 상품을 중개하고 있다. 지난 1년간 이 업체의 누적대출액은 298억원, 8월 말 기준 대출 잔액은 151억원에 달한다. 나인티데이즈 관계자는 “P2P 플랫폼으로 자금을 유치해 어음할인을 해주는 상품”이라며 “전체 연체율이 2% 미만인 데다 연 14% 정도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