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인상 걸림돌 될라"…현대차 노조 '광주형 일자리'에 어깃장

엔진 꺼지는 한국 車산업

광주에 연봉 3000만원대 車공장
지역 노동계 참여로 재추진되자

"광주노동계, 지역 이익 챙긴다"
현대차 노조, 사업중단 강력 요구
/연합뉴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광주광역시 완성차 공장 설립에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이 사업이 자동차업계 근로자의 임금 상승폭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에서다. 연봉 3000만원대 자동차 공장을 짓겠다는 이 사업은 고임금·저효율 구조에 짓눌린 한국 자동차산업이 다시 제 궤도에 올라설 수 있을지 가늠하는 ‘시금석’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임금을 줄이는 대신 일자리를 늘리자는 취지 때문에 ‘광주형 일자리 사업’으로도 불린다.

현대차 노조는 28일 성명을 내고 “현대차의 광주형 일자리 사업 투자 참여는 한국 자동차산업의 몰락을 불러올 재앙의 신호탄”이라며 “최근 이 사업의 재추진 움직임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낸다”고 밝혔다. 이들이 내세운 표면적 반대 이유는 ‘과잉 중복 투자’다. 이미 한국 자동차 생산이 포화상태인 데다 경차시장은 갈수록 작아지는데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생산하는 공장을 새로 만들 이유가 없다는 논리다.하지만 현대차 노조가 광주 완성차 사업을 반대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연봉 3000만원대 공장이 생기면 연평균 9200만원(지난해 기준)을 받는 현대차 노조원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할 명분이 없어지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경형 SUV는 최근 세계적으로 많이 팔리는 차종 중 하나”라며 “생산비용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는데 노조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노조는 ‘동지’라 할 수 있는 광주 노동계까지 비판했다.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 재추진 논의에 참여하는 광주 노동계(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는 지역에 국한된 시각을 벗어나 한국 자동차산업 차원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매진해야 한다”며 “한국 경제의 몰락을 촉진하는 광주형 일자리 논의 참여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주 노동계는 한동안 광주 완성차 공장 사업에 반대해왔지만 최근 논의에 참여하기로 방향을 바꿨다. 업계 관계자는 “광주 자동차 공장 실험이 성공하면 자동차업계의 고임금 구조를 합리적으로 바꿀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며 “현대차 노조도 이를 잘 알기 때문에 계속 반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