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검증된 경영능력에 투자사들 의기투합…5000억 MBO 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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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종 컨소시엄, BHC 등 5개 프랜차이즈 인수BHC 창고43 등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거느린 프랜차이즈서비스아시아리미티드 매각은 국내 식음료(F&B) 프랜차이즈업계 최대 인수합병(M&A) 거래다. BHC 최고경영자(CEO)인 박현종 회장(사진)이 경영자인수(MBO) 방식으로 이 회사를 사들이면서 BHC는 미국계 사모펀드(PEF) 로하틴그룹의 품을 떠나 토종 브랜드로 바뀐다.전문경영인의 ‘승부수’박 회장은 삼성전자에서 26년간 일한 뒤 2012년 제너시스BBQ의 글로벌 사업대표로 자리를 옮기며 외식업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2013년 로하틴그룹이 BBQ의 자회사 BHC를 인수하면서 전문경영인으로 영입됐다. 그는 이번 거래를 위해 지금껏 받은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전부와 사재 대부분을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이 이런 승부수를 던진 데는 실적 자신감이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다.
식음료 프랜차이즈 최대 빅딜
BHC를 '치킨 빅3'로 키운 朴회장의 경영 능력 평가
NH證·MBK펀드도 합류…식음료 프랜차이즈 최대 빅딜
BHC 토종브랜드로 전환
'갑질 논란' 기업이미지 회복 계기
박 회장은 로하틴그룹 인수 당시 업계 10위권이던 BHC를 4년 만에 2위(매출 기준)로 끌어올렸다. BHC 매출은 827억원에서 2391억원으로 세 배 가까이 늘었고, 853개(2015년)였던 가맹점 수는 1456개로 1위에 올랐다.
박 회장은 이번 인수 거래를 위해 조형민 전 로하틴그룹코리아 대표와 손잡았다. 조 전 대표 역시 박 회장 컨소시엄에 합류하기 위해 로하틴그룹을 떠나 독자적으로 PEF를 설립하는 승부수를 뒀다.인수대금(4500억~5000억원) 중 대부분(3000억~4000억원)은 NH투자증권과 MBK파트너스의 스페셜시추에이션펀드(SSF)가 인수금융(M&A 자금 대출) 형태로 대주기로 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박 회장의 검증된 경영 능력과 기업가정신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에 조 전 대표와 NH투자증권 및 MBK SSF가 컨소시엄에 참여했다”고 말했다.MBO 기록을 새로 쓰다
이번 거래는 국내 MBO 사상 최대 규모다.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이 2005년 180억원을 모아 이탈리아 휠라 본사로부터 휠라코리아를 사들이면서 첫 MBO를 성사시켰지만 후속 사례는 드물었다. 2016년 리딩투자증권에서 200억원대의 MBO가 성사됐지만 수천억원대 MBO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성훈 KL파트너스 변호사는 “전례가 많지 않은 데다가 인수금융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아 국내 MBO 토양은 척박하다”고 말했다. 2016년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가 버거킹코리아를 2100억원에 인수하면서 세운 F&B 프랜차이즈업계 최대 M&A 기록도 두 배 이상 경신하게 됐다.외국계 사모펀드 품 떠나는 BHC
이번 거래가 ‘갑질 논란’ 등으로 실추된 BHC의 기업 이미지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BHC 가맹점주들은 지난 8월 말 “가맹점주들로부터 받은 광고비를 횡령하고 튀김용 기름 공급가와 납품가의 차익을 가로챈 의혹이 있다”며 본사 경영진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사기와 횡령 혐의로 고발했다.
본사는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갑질 논란으로 확대됐다. BHC 가맹점주들은 단기 실적에 치중하는 PEF 지배 구조를 근본 원인으로 지적해왔기 때문에 이번 M&A가 본사와 상생 방안을 모색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영자인수(MBO)management buyout. 경영진과 임직원들이 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하거나 기업에서 분할된 일부 사업부를 사들이는 것을 말한다. 임직원들이 회사의 주요 주주가 되는 동시에 경영진으로 참여한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