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고교 무상급식, 2020년이면 25개구 다 참여할 것"

"복지정책 큰 흐름에 따라올 것"…서울시 발표후 "우리도 하겠다" 늘어나
일부 구 "시 정책 따라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예산 확보 어려워"
서울시가 내년 고등학교 3학년 무상급식 시범실시 계획을 발표하면서 2021년이면 서울 시내 모든 고등학교와 사립초등학교에서 무상급식이 전면 시행된다고 밝혔다.전면 시행 목표 시점은 2021년이지만 서울시의 모든 자치구가 2020년부터는 사실상 고교 무상급식에 동참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했다.

그러나 이 같은 서울시의 계획에 대해 각 자치구의 반응은 차이가 있다.

급식 예산의 20%를 자치구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고등학교 3학년만 무상급식 지원을 해도 구마다 적게는 4억에서 많게는 18억까지 새로운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서울 25개 자치구 재정자립도는 평균 29.3%다.

일반회계예산 가운데 지방세 등 자체수입으로 벌어들이는 비율이 30%도 안 된다.이 때문에 내년 고교 무상급식 시범사업에는 서울 25개 자치구 중에서 성동·동대문·중랑·강북·도봉·동작·관악·강동·중구 등 9개 구만 참여했다.

향후 3년간 나머지 16개구의 참여를 끌어내는 것이 관건인데, 당장 재정 여건이 좋은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도 빠졌다.

재정이 어려운 다른 구들은 "강남 3구도 빠지지 않았느냐"며 어려움을 호소한다.대표적으로 노원구는 재정자립도가 25개 구 중 꼴찌인데, 학교 수는 가장 많아 고교 무상급식을 하려면 40억 원의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노원구 관계자는 30일 "구 내 고등학교 3학년만 지원해도 18억 원이 드는데 1~3학년을 다 지원하게 되면 40억 원이 든다"며 "노원구에서 구청장이 가용할 수 있는 예산이 한 해 100억이 안 되는데 그 절반가량을 무상급식으로 돌려야 하는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이어 "자치구에서는 결국 시의 정책을 반대하지 못하고 따라가야 하겠지만, 현실적으로 너무나 어려운 상황"이라며 "시에서 구별 구체적인 재정확보 방안을 확인한 후 발표를 해야 했는데 그런 게 없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에서 학교 수 5위를 기록하는 은평구의 경우도 재정자립도가 25개 구 중 23위다.

은평구 관계자는 "재정이 어려운 자치구 입장은 다 비슷하다.

아이들 먹거리는 학부모가 아니라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무상급식 취지는 공감하지만 우리 구가 고등학교 전체 무상급식을 하게 되면 25억 원을 더 부담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구별 재정 여건에 따라 분담 비율을 조정해주든가, 의무교육에 맞춰 급식비도 국가에서 부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서울시는 낙관적이다.

백호 서울시 평생교육국장은 "2021년을 목표로 잡았지만 2020년이면 25개 모든 구가 참여할 것으로 본다"며 "모든 구가 무상급식 취지에는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예산 문제는 구의 다른 사업 예산을 조절하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윤준병 서울시 행정1부시장은 "재정 관련해서는 다들 열악하지만, 전체적인 복지정책 흐름에 따라 결국은 다 한 방향으로 가지 않겠느냐"면서 "어제 발표 이후 추가적으로 참여하겠다고 의사를 밝힌 구들이 있어 전체 구가 참여하는 시점은 좀 더 빨라지지 않겠냐"고 기대했다.

시범사업에 참여한 9개 구도 넉넉해서가 아니라 복지의 취지에 공감해 예산을 조정했다.

강동구 관계자는 "우리 구도 어려운 상황이지만 예산 편성에서 교육 부분에 우선순위를 뒀다"며 "내년 고3 무상급식에 7억원이 소요되고 고등학교 1~3학년을 다 지원하면 21억 원이 들지만 이를 우선으로 배정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무상급식이 이뤄지면 고교 학부모는 연간 약 80만원씩 급식비를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29일 서울시의 발표 후 시범사업에 빠진 16개 구에는 학부모들의 민원이 들어오고 있다.

은평구 관계자는 "우리 구는 왜 무상급식에서 빠졌느냐고 바로 민원이 들어오고 있다"며 "그나마 현재는 인근 서대문구, 마포구, 양천구가 모두 시범사업에 빠져있지만, 이들 구에서 참여하게 되면 우리 구 입장이 더 곤란해질 듯하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시의 발표 후 송파구, 영등포구, 구로구 등이 내년부터 고교 무상급식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시에 밝혀왔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와 구청 간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시가 내년도 무상급식 참여 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공문을 보내지 않고 실무자 선에서 전화와 이메일로만 소통을 해 구청장에게는 제대로 보고가 들어가지 않거나 구의 의견이 제대로 시에 전달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일부 구에서 나오고 있다.

한 구청장은 "무상급식은 아주 중요한 사항인데 공문 한 장 없이 일을 진행해 서울시가 어제 발표하기 전까지 우리 구가 시범사업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을 몰랐다"며 "졸지에 애들 밥도 안 주는 구청장이 됐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윤준병 부시장은 이에 대해 "무상급식은 지난 4월부터 구청들과 논의해온 사항"이라고 일축하면서 "어제 발표 이후 추가로 참여 의사를 밝힌 구들이 있어 현재 조사 중이고 교육청과 관련 예산 마련을 위해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와 교육청은 2021년까지 고교·사립초·국제중까지 무상급식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올해 7월 1일 기준 서울 고교는 총 320개교, 국·사립초는 34개교, 국제중은 2개교다.

이들 학교 전체에 무상급식을 하려면 연간 2천208억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교육청은 추산했다.무상급식비는 교육청이 50%를 대고 나머지는 시와 자치구가 3대 2 비율로 분담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