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총 '세 과시' 대규모 토론회…정부 강경대응 거듭 천명

정부 간담회에 공정위·국세청까지 참석…세무조사 카드로 압박
한유총 토론회 4천여명 참석…검은 옷으로 정부에 항의 표출
국정감사에서 유치원 감사결과가 실명으로 공개되면서 불거진 '사립유치원 회계 비리 사태'가 진정과 확산 사이 갈림길에 섰다.정부와 사립유치원 업계가 30일 동시에 대책모임을 열면서 기 싸움 형국도 빚어졌다.

정부는 이날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주재로 '유치원·어린이집 공공성 강화 관계부처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이은항 국세청 차장 등 각 부처 고위관리가 참석했다.특히 공정위와 국세청까지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정부가 쓸 수 있는 '칼' 중 대기업도 두려워하는 공정위 조사와 국세청 세무조사를 유치원과 어린이집 상대로 쓸 수 있다고 엄포를 놓은 모양새로 비친다.

실제 유 부총리는 "사립유치원 단체의 집단행동이 있으면 '공정위 차원의 조사를 협의하겠다"면서 "국세청과는 교육청 감사와 비리신고 조사결과에 대한 세무조사에 관해 협의할 예정"이라는 언급도 했다.하지만 사립유치원들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사립유치원 모임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는 이날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를 위한 대토론회'를 열었다.

대부분 토론회 참석자가 한유총 사전공지대로 검은색 옷을 입어 토론회장은 마치 상갓집 같았다.정부의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방안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옷을 맞춰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유총이 '출입비표'로 준비한 스티커 4천장이 동난 것으로 전해졌다.

토론회장에서는 참석자가 4천명을 넘어 5천명 가까이 된다는 추산도 나왔다.

'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위와 '4대 권력기관'인 국세청까지 참여한 정부 간담회와 한유총 토론회가 한날 열리면서 양측이 '기 싸움'을 벌이는 모양새가 됐다.

만약 한유총이 토론회 끝에 집단휴업 등 강경책을 택하면 이번 사립유치원 회계 비리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된다.

집단휴업은 사립유치원들이 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작년 한유총이 국공립유치원 증설 중단 등을 요구하며 집단휴업을 '예고'만 했는데도 당국과 학부모들은 비상이 걸렸었다.

유치원들이 휴업하면 당장 아이 맡길 곳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전체 유치원(9천21곳) 가운데 사립이 46.8%(4천220)를 차지한다.

사립유치원 집단휴업은 바로 '보육 대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집단휴업이 쉽게 휘두를 수 있는 무기는 아니다.

큰 명분 없이 휴업에 나섰다간 아이들을 볼모로 집단의 이익을 얻어내려 한다는 거센 비난 여론에 직면하면서 오히려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유치원 교비를 성인용품점에서 사용하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비리가 낱낱이 공개되면서 사립유치원에 대한 여론이 극도로 나빠진 상황임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워낙 여론이 안 좋다 보니 한유총도 전날 입장문에서 "유아교육 개혁 대열에 백의종군하겠다"고 몸을 낮추기도 했다.

이덕선 한유총 비대위원장은 같은 날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회계 비리 문제는 제도 미비 탓'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일부 유치원이 교비를 잘못 쓴 것은 뼈저리게 사죄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정부도 집단휴업 등 집단행동에 강경 대응을 천명했다.유치원·어린이집 관계부처 간담회에서 유 부총리는 "일부 사립유치원이 집단휴업까지 거론하고 있지만, 정부의 정책 방향에 변함이 없으며 학부모를 위협하는 어떠한 행위도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