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물질 사전승인제' 강행…영업비밀 침해·중복 규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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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앞으로 화학물질을 제조·수입하는 자가 정부에 제출해야 하는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의 구성 성분을 영업비밀로 하려면 고용노동부 장관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기업의 영업비밀 침해 우려, 환경부 화학물질관리법과의 중복 규제 논란에도 정부는 ‘사전 승인제’를 강행하기로 했다.
'작업중지 명령' 조항도 모호
고용부는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법률안이 30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모든 화학물질을 기재하도록 돼 있는 MSDS 항목을 유해·위험성 물질로 한정하되 이를 비공개로 하려면 고용부 장관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했다. 또 제출받은 MSDS의 일부 내용을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그동안 사업자에게 영업비밀 여부 판단에 자율권을 줬으나 자의적으로 비공개로 분류하는 비율이 2009년 45.5%에서 2014년 67.7%까지 높아져 정부가 이를 관리할 수단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하지만 산업계는 영업비밀 유출이 우려된다고 반발했다. 산업계는 핵심 화학물질 자체가 영업비밀인 경우가 많은 데다 재료의 명칭 및 성분 공개를 원하지 않는 외국 기업과의 거래가 어려워질지 모른다는 이유로 개정안에 반대해왔다. 또 화학물질관리법에 따라 유해·화학물질을 대부분 신고하고 있어 이번 개정안은 이중 규제라고 지적했다.
산업안전사고에 따른 사업장 작업중지 명령 조항도 논란이다. 개정안대로라면 ‘산업재해가 재발할 우려’ ‘산재 예방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 등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표현으로 인해 자의적인 작업중지 명령이 많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현대자동차 공장 컨베이어벨트에서 사고가 났다고 해서 공장 전체를 멈춰야 하는 건 아니지 않으냐”며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개정안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수정·보완돼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안전사고로 인한 사망사고 때 사업주 처벌도 대폭 강화했다. 현행 7년 이하 징역(1억원 이하 벌금)에서 10년 이하 징역(10억원 이하 벌금)으로 높아진다. 다만 입법예고 당시 과잉규제 논란이 있던 하한형(징역 1년 이상) 규정은 삭제됐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