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단기 일자리' 해명까지 급조한 해수부

성수영 경제부 기자 syoung@hankyung.com
‘공공 단기 알바’ 대책의 세부 내용을 묻는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하는 공무원은 드물었다. 기획재정부 예산실 관계자는 “여러 부처와 공공기관이 제출한 사업을 취합했을 뿐이니 자세한 내용은 각 기관 담당자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계획을 세웠다는 담당자들 역시 사업 내용을 모르는 건 마찬가지였다. “기재부가 압박한 적은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각 부처와 공공기관이 예산권을 틀어쥐고 있는 기재부 눈치를 보느라 억지로 일자리 대책을 급조한 정황은 뚜렷했다. “일자리 대책 발표 직전 기재부가 그물 수거 사업을 넣으라고 통보해 부랴부랴 준비하고 있다”는 김학기 해양수산부 어촌어항과장의 말은 결정적 증거였다. “해수부에서 먼저 계획을 올린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김 과장은 “기재부에서 내려온 것”이라고 자신 있게 답했다.이를 바탕으로 본지가 기사(10월29일자 A1, 3면)를 내보내자 해수부 태도가 돌변했다. 담당 공무원이 전화해 “가짜뉴스”라며 언성을 높였다. 녹취 파일이 있다고 밝히자 그제야 사과하는 촌극도 빚어졌다. 해수부 관계자들은 “기재부와 협의할 일도 많은데 곤란하게 됐다”고 읍소했다.

다음날 국정감사에서는 단기 일자리 채용 계획이 없었던 해수부 산하기관이 정부 압박으로 하루 만에 1148명을 뽑겠다고 태도를 바꾼 증거까지 공개됐다. 추가 취재에 들어가자 해수부 담당국장은 “하루 만에 계획안이 나오긴 했지만 단기 일자리에 대한 내용은 애초 공문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역시 사실과는 거리가 멀었다. 본지가 입수한 해수부 공문에는 ‘단기 일자리’라는 표현이 명확하게 들어가 있었다. 30일 추가 기사가 나간 뒤 해수부는 해명을 또 급조했다. “하루가 아니라 8일간 대책을 준비했다”는 것이다.

이번 해프닝은 단기 일자리 대책이 얼마나 서툴게 마련됐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각 부처와 공공기관은 청와대와 기재부 눈치를 보는 데만 급급했다. 워낙 대책 마련을 서두른 탓에 해명할 때조차 제대로 손발이 맞지 않았다. 이럴수록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고용 참사로 고통받는 국민들의 시선만 싸늘해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