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등의결권·카풀 조율없이 발표…원내대표단과 엇박자 내는 與 정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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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선 빚는 여당의 혁신성장정책“벤처기업에 차등 의결권 제도를 도입하겠다.”(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
김태년 "벤처 차등의결권 도입"
원내대표단은 "당론 아니다"
공유경제 활성화도 다른 목소리
정책위 "결정된 바 없다"
정부는 곧 대책 발표
與 의원들 "정책위 무리한 행보
당내 불협화음 키운다" 비판
“당내 의견 조율 없인 제2의 ‘인터넷전문은행 은산분리’가 될 수 있다. 취지엔 공감하지만 당론은 아니다.”(민주당 원내대표단 의원)중소·벤처기업 활성화 등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을 두고 여당 안에서 혼선이 잦아지고 있다. 당내 조율이 덜 끝난 쟁점 정책들을 정책위가 치고 나가면서 원내대표를 비롯해 정부와도 엇박자를 빚는 모습이 부쩍 늘고 있다. 승차공유 서비스(카풀) 등 공유경제 활성화만 해도 정책위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으나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30일 “8부 능선을 넘었다”며 사실상 도입을 명시화했다.
◆논의 시작도 전에 혼선
정책위와 정부·원내대표단 간 혼선은 차등 의결권 도입 논의부터 표면화했다. 김 의장은 지난 11일 정책조정회의에서 “벤처기업에 차등 의결권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회의 직후 민주당 원내대표단은 “당론으로 정해진 바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입법 사항에 대해 당내 의원 간 의견 조율을 책임지는 원내대표단이 정책위 의장 발표를 이례적으로 부정한 것이다.시민단체·강경파 반대 끝에 겨우 통과된 인터넷전문은행법 사례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사전 조율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차등 의결권에 관한 내용을 사전에 보고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 홍영표 원내대표는 김 의장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등 의결권 제도는 벤처기업 경영권 방어와 원활한 자금 조달을 위해 주(株)당 2~10개의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허용하자는 취지에서 논의되고 있다.
원내대표단의 한 의원은 “홍 원내대표가 회의 이후 당정 협의를 하면 이를 사전에 알리고, 공식 발표 전엔 충분한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문했다”고 말했다. 정책위 발표가 나오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논평을 내고 “지배구조 개혁과 경제 민주화를 포기하는 것”이라며 “소유·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민주당 강령을 스스로 위반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재벌 총수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쓰일 수 있는 법안”이라며 “여야 협상 과정에서 ‘벤처기업’ 등 단서 조항이 없어질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벤처기업 차등 의결권 정책을 발의한 최운열 민주당 의원조차 추가적인 당내 수렴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논란이 커지자 최 의원은 “창업기업에만 차등 의결권을 주면 재벌 총수의 지배력 강화 등의 우려는 줄어든다”고 말했다.
◆“정책위와 원내 컨트롤타워 필요”
공유경제 활성화를 두고는 정부와 정책위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례도 있었다. “당정이 내년부터 공유 교통 서비스를 허용하고 택시업계에 대한 보상 방안을 마련 중”이라는 보도에 김 의장은 지난 29일 “명백한 오보”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기존 산업과 일자리 연관성이 있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공유경제 활성화 방안의) 단정적 도입 기사는 말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정책위에서 카풀 대책을 총괄하고 있는 전현희 제5 정책조정위원장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카풀의 단계적 도입 방침조차 결정된 게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한경 밀레니엄 포럼’에 참석, “택시 카풀 문제는 8부 능선까지 (이견이) 해소됐다”며 “기존 택시업계도 손해를 보지 않도록 요금 자율제 등의 인센티브를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카풀 태스크포스(TF) 구성 과정에서 혼선도 일었다. 전 의원은 지난 18일 “정부·여당이 카풀 대책을 위한 TF를 구성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곧바로 “당정 TF가 아니라 정책위의 TF”라고 정정했다. “단순 착오”였다는 설명이지만 택시노조 파업 전에 TF 구성 등의 대응 방안을 내놓으려다 설익은 발언이 나왔다는 지적이다.
당내에선 정책위가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다 혼선이 일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당대표가 최고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정책위 의장을 임명한다. 지난 5월 선출된 ‘친문’(친문재인)인 홍 원내대표가 각종 경제 정책을 지휘하면서 김 의장 역할이 상대적으로 줄었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주요 쟁점 정책을 둘러싼 당정 간 협의를 고도화하려면 정책위와 원내대표 간 컨트롤타워 일원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