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국무조정실장 "車·조선업 직격탄 맞은 군산·거제, 규제없는 지역특구로 지정 추진"

한경 밀레니엄포럼

내달 자율주행車 선제적 '규제혁파 로드맵' 내놓을 것
은산분리·공유경제 등 '덩어리 규제' 하나씩 푸는 중
개혁 체감 낮다는 지적에 반성…현장 목소리 듣겠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왼쪽 세 번째)이 30일 현대경제연구원과 한국경제신문사가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호텔에서 연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정부의 규제 개혁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기웅 한국경제신문 사장, 이련주 국무조정실 규제조정실장, 홍 실장, 이학영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 오종남 서울대 명예교수, 김동열 중소기업연구원 원장.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30일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과거 정부마다 규제 혁신을 위한 노력을 펼쳤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수준은 여전히 매우 낮다”고 말했다. 그는 “신산업 분야 규제를 획기적으로 걷어내고 현장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국민이 ‘이번 정부가 정말 규제를 많이 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홍 실장은 자동차 등 위기 산업이나 군산, 거제 등 위기지역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신산업 육성, 규제혁파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부와 산업계, 연구소 등이 공동으로 준비한 자율주행차 분야 선제적인 규제혁파 로드맵을 다음달 내놓겠다고 했다. 홍 실장은 “군산, 거제 등 위기지역을 규제없는 지역특구로 지정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오종남 서울대 명예교수=승차공유(카풀) 때문에 온 나라가 난리다. 시끄러운 소수 기득권과 조용한 다수 소비자의 이해가 첨예하게 상충하고 있다. 신산업이 몰려오고 있다. 앞으로 여러 분야에서 이런 충돌이 일어날 것이다.

▶홍 실장=혁신의료기기 조기 시장 진입, 인터넷전문은행 대상 은산분리 완화, 개인정보 이용범위 확대 등 정부는 덩어리 규제를 하나씩 풀어나가고 있다. 그다음 과제가 공유경제다. 지난 1년간 교통, 숙박 분야 공유경제 활성화를 위한 작업을 해왔다. 카풀과 관련해서는 택시 관련 이해단체 4곳 가운데 3곳과 협의가 상당히 긍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8부 능선까지는 진행됐다고 본다. 깔딱고개만 넘으면 된다. 기존 택시업계도 손해 보지 않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해 상생하는 것이 관건이다. 월급제 도입, 요금 자율화 등을 모색하고 있다. 신산업의 흐름은 막을 길이 없다고 본다. 속도를 내서 반드시 해결하겠다.

▶오 교수=국무조정실 산하 조세심판원의 역할도 있다. 다국적 기업의 이익에 대한 세제, 과세가 이슈가 되고 있는데 불공정한 세정으로 다국적 기업이 떠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조세심판원이 세제를 만드는 기획재정부와 과세하는 국세청 사이에서 공정한 역할을 해야 한다.▶홍 실장=세정당국이 합리적으로 과세하는 게 1차다. 그럼에도 이의가 제기되면 조세심판원은 공정하게 심판해야 한다. 문제는 심판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다국적 기업 조세심판과 관련, 10년 동안 해결되지 않은 과제도 있다. 해당 기업은 10년간 가부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다국적 기업의 경우 이해관계가 더 복잡하지만 심판 절차와 기간을 대폭 단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조세심판원이 지난 9월 개선안을 발표했지만 더 열심히 하겠다.

▶김동열 중소기업연구원 원장=김대중 정부는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규제의 50%를 철폐하겠다고 했고, 성과를 냈다. 체감도 측면에서 이런 양적인 목표 제시도 필요하다. 규제 샌드박스는 쉽게 말해 지역특구인데, 군산 등 위기지역을 이런 특구로 지정해 성공사례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홍 실장=규제 개혁의 체감도가 낮다는 지적에는 반성할 부분이 있다. 국민의 체감도 측면에서 양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에도 대폭 공감한다. 규제 샌드박스는 현재 업종별로 적용되는 방식인데, 지역특구법이 개정돼 관련 업종으로 군산이 신청하면 적용 가능하다고 본다. 군산이나 거제, 통영 등 위기지역은 특별히 신경 쓰겠다.▶김 원장=블록체인은 19세기 말 자동차, 20세기 말 인터넷 같은 새로운 시대 흐름이다. 블록체인과 관련해 개별규제법령이 많고, 이해관계 조정이 어려워 진흥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다. 블록체인은 정부와 소비자 간 거래나 조달청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한국거래소도 블록체인 방식으로 비상장주식 거래를 활성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홍 실장=블록체인과 관련해 가상통화는 1년간 조정 작업을 했다. 블록체인, 가상통화, 가상통화거래소라는 세 가지 개념으로 구분해 이해하고 있다. 규제 측면에서 블록체인이라는 기반기술을 금융적 측면과 융합한 가상통화와 그 가상통화 거래를 중개하는 거래소는 시각을 달리 해봐야 한다. 정부는 블록체인 기반기술 육성을 위해 연구개발(R&D) 예산을 최대한 쏟아부으려고 한다. 가상통화는 사실 어느 나라도 관련 거버넌스 체계를 명확히 설정하지 못하고 있다. 주요 20개국(G20)에서도 논의 중인데 우리도 맞춰나갈 것이다. 다만 거래소는 여러 부가가치나 기술 진보를 이끄는 효과보다 중개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규제가 좀 더 엄격해야 한다고 본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노동시장 관련 규제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당장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획일적인 근로시간 단축이 중소기업에는 가장 힘든 문제다. 최근 정부·여당이 가짜뉴스를 문제로 보고 있다는데 그것은 언론에 대한 규제다.▶홍 실장=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탄력근로 단위기간(현행 최대 3개월)을 더 늘리는 것은 긍정적으로 적극 검토하고 있다. 최저임금의 경우 지난해 새 정부 출범 당시 2020년 시급 1만원을 얘기했지만 최근 대통령도 달성이 어렵다고 한 만큼 정부가 속도 조절을 하고 있다. 가짜뉴스 대책을 검토하겠다는 것이 언론을 간섭하거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겠다는 것은 전혀 아니다. 다만 비(非)언론의 명백한 허위·조작정보가 유튜브 등에 떠다니는 것에 대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신문, 방송 등 매체는 규제 검토 대상이 아니다.

▶김명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시민사회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규제 개혁 과정에서 이해당사자 간 의견 차이를 조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조정하는 역할을 할 정부의 포용력과 전문성, 치밀함과 유연성이 동시에 필요하다. 그러나 과연 기존 공직사회가 이런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의문이다.

▶홍 실장=공직사회의 포용력과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공감한다. 깊이 검토해 보완이 필요한 곳을 찾아 개선하겠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생활 안전과 관련해 최근 불개미 소동 같은 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아쉽다. 불개미가 발견되는 장소에 따라 대응하는 부처가 달라지는데, 전문성이 떨어진다. 불개미 말고도 앞으로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홍 실장=불개미가 항구로 들어오면 관세청이 맡고, 자연에서 발견되면 환경부가 대응한다는 지적인데 일단 외래생물종에 대해선 환경부가 주무부처다. 다만 수입 과정에서 항만을 통해 들어오면 관세청이 대응을 했다. 환경부 중심으로 체계를 갖추겠다.

▶김인철 성균관대 명예교수=3년간 외국인투자기업의 애로를 해소하는 업무를 했다. 실질적 규제는 정부 관료가 쥐고 있다. 과거 ‘사농공상’이라고 했을 때와 같이 지금도 권력자와 비권력자가 갑을관계다. 정부 권력을 분산해 시장을 활성화한 ‘김재익(전 청와대 경제수석) 모델’이 필요하다.

▶홍 실장=실질적인 규제는 공무원이 갖고 있다는 지적에 공감한다. 공무원 역량에 달렸다는 지적도 나왔는데 귀한 조언으로 듣겠다.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 원장=있는 규제를 없애는 것 못지않게 새로운 규제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은 기존 규제는 일단 수용하고 그에 맞게 준비할 수 있지만 갑자기 또 새로운 규제가 생기면 더 힘들다. 대기업이 규제에 대해 얘기하면 항상 특혜시비가 붙는다. 그러니까 아무 얘기도 못하게 된다.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홍 실장=규제 신설을 막는 게 중요하다는 것엔 같은 생각이다. 국회의 입법 규제를 걸러낼 틀이 없다는 것도 같은 맥락의 문제다.

▶노대래 전 공정거래위원장=규제 완화의 핵심은 이해관계 조정이다. 공무원 역량 얘기는 본질이 아니다. 이해당사자가 일단 부딪치면 해결책이 안 나온다. 정부는 그런 상황이 오기 전에 국민에게 상황을 계속 알려 여론을 조성해야 한다. 문제가 불거졌을 때 대응하면 늦다.▶홍 실장=전적으로 공감한다. 이해관계 조정이 가장 중요하다. 편의점에서 타이레놀 같은 상비약을 팔자는 얘기가 처음 나온 게 1993년이다. 그걸 막는 약사법을 개정하는 데 20년이 걸렸다.

김일규/고경봉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