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兆 투입해 태양광·풍력단지…새만금 개발 '30년 혼선' 풀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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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에 재생에너지 단지 조성첫 삽을 뜬 1991년 이후 27년간 개발이 지지부진했던 전북 새만금지역에 총 4GW 용량의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단지가 조성된다. 국내 최대의 산업집적단지로 추진됐던 새만금개발 사업이 기업유치 실패로 표류하면서 신재생에너지를 돌파구로 내세우겠다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목표다. 하지만 개발 방향이 갑작스레 바뀌어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데다 인프라 조성도 미흡해 실제 민자 투자까지 이어질지 불확실하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국내 최대 산업집적단지 계획 수정
신재생에너지 메카로
도로 등 인프라 조성 미흡
산업단지 입주업체 4곳뿐
민자 10兆 유치해야하는데
일각선 "태양광 입지 부적합"
◆민자 10조원 투입해 4GW 조성새만금개발청과 전라북도는 30일 전북 군산 유수지(遊水池) 재생에너지 수상태양광 발전소에서 새만금을 세계 최고의 재생에너지 클러스터로 조성하겠다는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을 열었다.
새만금개발청과 농림축산식품부는 새만금 방조제 안쪽 국제협력·산업연구 용지 등(38.29㎢)에 태양광 2.8GW와 풍력·연료전지 각 0.1GW 등 총 3.0GW의 발전시설을 조성하기로 했다. 새만큼 전체 면적(409㎢)의 9.36%에 해당하는 지역이다. 방조제 바깥쪽인 군산 인근 해역에는 1GW급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세울 계획이다.정부와 전라북도는 선도적으로 태양광 2.4GW와 해상풍력 0.6GW(새만금 내측 0.1GW·외측 0.5GW)의 발전시설을 2022년까지 조성하고, 나머지 발전사업은 새만금 내부 개발 진척도에 따라 단계적으로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송·변전 계통 연계 공사도 2022년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정부는 새만금 신재생에너지 발전단지 건설에 약 10조원의 민간 투자자금이 유입되고, 연인원 200만여 명의 건설인력이 참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7년 동안 오락가락 정책정부의 이런 기대와 달리 산업계 일각에선 이번 결정이 지난 27년간 오락가락했던 새만금 개발 계획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각이 팽배하다. 1991년 첫 삽을 뜬 새만금사업은 전북 군산, 김제, 부안 인근 해안을 매립해 서울 여의도의 140배인 409㎢ 규모의 글로벌 복합도시를 표방했다. 노태우 정부 시절 착공했지만 김영삼,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쳐 이명박 정부인 2010년에 이르러서야 세계 최장 방조제(33㎞)가 준공됐다.
방조제가 완성된 뒤에도 바다를 매립해 생길 땅에 어떤 산업을 채우느냐가 논란의 중심이 됐다. 착공 당시에는 식량 안보를 위한 농업용이 절대적이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내부 토지 중 72%를 농지로, 나머지 28%를 비(非)농지로 개발하며 산업용으로 이용하는 방안이 도입됐다.
이어 이명박 정부 들어 농지 30%, 비농지 70%로 개발하는 새만금종합개발계획으로 변경됐다. 박근혜 정부 땐 토지를 산업용지, 국제협력용지, 관광·레저용지, 농생명 용지, 배후도시용지, 생태환경용지 등 6개 지구로 나눠 개발하기로 하면서 개발이 진행돼왔다.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새만금의 개발 방식은 공공 주도로 변경됐다. 2020년까지 계획한 면적의 73%를 조성한다는 게 현 정부의 목표지만 올 들어 진척률은 36%에 불과하다.
◆인프라 부족에 기업도 외면
기업 유치도 지지부진하다. 총 73개 업체가 15조6000억원 규모의 투자 양해각서(MOU)를 맺었지만 실제로 산업단지에 입주한 업체는 이 가운데 일본의 도레이, 벨기에의 솔베이 등 4개 업체에 불과하고 투자 규모도 현재까지 1조4000억원에 그친다. 기업 유치 부진은 배후 수요가 풍부하지 않은 입지 조건에다 아직 도로 등 인프라가 깔리지 않아 기업들이 선뜻 투자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란 분석이다.재생에너지 관련 업체 유치도 마냥 ‘장밋빛’은 아니라는 관측이 나온다. 재생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사업 기회가 새로 생긴다는 부분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정부가 바뀔 때마다 정책 방향이 바뀌었던 만큼 사업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기 때문에 선뜻 투자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재생에너지 업체의 참여가 부족하면 민자 10조원 투자 등 이번 계획의 근간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재생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새만금은 소금기가 많아 태양광 발전시설 조성에 유리한 지역이 아니다”며 “부식 대책을 마련하려면 더 많은 비용이 들 수 있어 사업성이 당초 예상보다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