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3분기 경제성장률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자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성장률 눈높이를 줄줄이 낮췄다.31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 25일 한국은행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발표한 뒤 바클레이스가 한국의 성장률전망을 올해 2.8%에서 2.7%로, 내년은 2.7%에서 2.6%로 각각 낮췄다.
3분기 GDP 증가율은 전기 대비 0.6%로, 시장 예상(0.8%)을 밑돌았다.
건설·설비 투자 부진이 예상보다 심각했던 탓이다.씨티도 올해와 내년 성장률전망을 2.7%, 2.5%로 각각 0.1%포인트씩 하향 조정했다.
내후년인 2020년 성장률도 2.5%에서 2.3%로 낮춰 잡았다.올해 한국경제에 대한 바클레이스, 씨티, 노무라의 성장률 전망은 한은이 지난 18일 수정한 전망치와 같은 수준이다.
IB들이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비관적으로 돌아선 것은 투자 부진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대내외 불안 요인도 확대하고 있어서다.
바클레이스는 "설비 투자의 경우 무역분쟁 불확실성과 내수 부진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제조업자들이 설비 확충에 주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이어 "건설투자 약화 속도가 예상보다 빠른 가운데 설비 투자 부진은 더 큰 우려 요인"이라며 "향후 대외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등 설비 투자의 유의미한 반등은 어려울 소지가 있다"고 진단했다.
노무라는 자동차·조선업 구조조정, 금리 인상에 따른 단기적 내수 충격, 긴축적 금융 여건에 따른 기업·소비자 심리 악화를 성장 전망의 하향 배경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바클레이스, HSBC, 골드만삭스, 씨티,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BoA-ML), 노무라 등 IB 대다수는 다음 달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했다.
3분기 성장률이 한은의 올해 전망(2.7%)에 크게 미달하는 수준은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2.7%는 4분기 성장률이 0.82%를 넘어야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이다.
실제 한은은 지난 25일 3분기 GDP 발표 때 "3분기 지자체장 취임 등에 따른 절차상 어려움으로 정부투자 집행이 지연됐지만 4분기에는 이뤄질 것이며,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도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4분기 GDP가 개선될 여지가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다만 BoA는 "내년 추가 인상 기대를 낮추는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메시지를 보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여기에 노무라는 2020년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전망도 했다.노무라는 "2020년에 GDP 갭(실질GDP와 잠재GDP 차이)이 마이너스 값으로 전환되고 물가상승률이 2%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같이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