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기자의 국감 참관기] 오락가락하는 질의 주제…몰입감 떨어지는 국감

“아이고, 답답합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인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9일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나선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에 대한 질의 도중 한마디 툭 던졌다. 통역이 필요한 한국계 미국인 리 대표와는 질의와 응답이 계속 늘어졌다. 수습기자로 처음 국감을 현장에서 지켜본 느낌도 노 위원장의 탄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단순히 통역 과정에 시간이 걸려서만은 아니었다. 하나의 현안에 집중적으로 파고들지 못하고 수박 겉핥기 식으로만 감사가 이뤄진 데 대한 답답함이 컸다.이날 국감은 방송통신위원회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주요 피감 대상이었다. 성격이 다른 두 기관을 동시에 감사하다보니 질의 내용도 왔다 갔다 했다.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은 엄재식 원안위원장 직무대행을 상대로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관련 대책을 묻는 것으로 포문을 열었다.

두 사람의 공방에 몰입할 즈음 박 의원의 타깃이 바뀌었다. 이효성 방통위원장에게 개인정보 유출 건을 캐물었다. 이 위원장이 입을 떼려는 찰나 질문 대상은 또다시 바뀌었다. 증인으로 출석한 멍샤오윈 화웨이코리아 지사장이었다. 그에겐 중국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는지 추궁했다. 이 모든 게 5분 안에 이뤄졌다. 심도 있는 논의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1분 남짓한 영화 티저 영상만 세 편 연달아 본 듯했다.
‘선택과 집중’을 한 의원들도 있었다. 증인·참고인 대상 질의가 시작되자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비례대표)이 첫 질의자로 나서 침대 생활방사선(라돈) 사태와 관련해 원안위를 질타하는 데 모든 시간을 썼다.이철희 민주당 의원은 존 리 대표에게 집중 공세를 퍼부으며 새로운 논의의 장을 열었다. 구글의 위치정보법 위반, 갑질 의혹 등을 집중 추궁했다. 리 대표의 답변이 충분치 않았지만, 이 의원의 질의 시간이 금세 끝났다. 다음 질의자가 관련 사안을 더 파고들었면 하고 바랐다. 하지만 다음 순서인 정용기 한국당 의원은 신고리 4호기 등 탈원전 현안을 질의 주제로 정하면서 자연스럽게 화제가 전환됐다.

물론 의원들마다 준비해 온 질의가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지켜보는 기자 입장에선 맥이 끊겨 재미와 감동이 떨어졌다.

해외 선진국에선 한국처럼 비효율적이고 연속성 떨어지는 국감이 드물다고 한다. 미국·일본 등에선 사실상 상시 국감이 열린다. 프랑스에선 국정조사를 6개월간 연다. 20일 동안 국감이 이뤄지는 한국과 달리 시간 제약이 없다. 시간에 쫓겨 백화점식 질문 공세를 할 이유도, 상대의 답변은 듣지도 않은 채 ‘답정너(답은 정해졌으니 넌 대답만 해)’ 식 질문을 하기 급급할 이유도 없다.국내에서도 상시 국감을 도입하자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국회와 정부의 의지 부족으로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상시 국감이 여의치 않다면 적어도 현안별 질의라도 필요하다. 가짜 뉴스를 얘기하다 갑자기 탈원전 이슈로 추궁하고, 다시 가짜 뉴스로 돌아오는 어수선함은 없어져야 한다. 졸속으로 진행되는 국감의 최대 피해자는 국민이기 때문이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