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편 넉넉하면 여행, 궁하면 쇼핑에서 행복 느껴"

울산과기원 이채호 교수팀 논문…"사회계층 간 행복감 근원 달라"
형편이 넉넉한 사람은 공연 관람이나 여행 등 '경험 소비'에서, 덜 넉넉한 사람은 전자제품이나 옷 등을 사는 '소유 소비'에서 더 큰 행복감을 느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이채호 울산과학기술원(UNIST) 경영학부 교수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소득과 교육수준이 높은 상위계층은 자아 발견과 향상에 관심이 많다.

이들은 자신의 가치와 정체성 확립에 도움이 되는 경험 소비에서 더 큰 행복을 얻는다.

반면에 물질적 자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사람들은 자원 관리나 현명한 소비에 관심을 갖는다.이들은 실용적이고 경제적인 소유 소비에 행복감을 느낀다.

연구진은 지난 15년간 발표된 소비 행복에 대한 선행연구를 분석하고, 미국 성인 1천명 이상을 대상으로 설문과 실험조사 진행해 이런 결론을 얻었다.

선행연구 분석 결과 사립대 학생이 국공립대 학생보다 경험 소비로 더 큰 행복감을 얻는다는 게 드러났다.미국 사립대는 국공립대보다 학비가 비싸고 상위계층 비율이 높은 점을 고려하면 '상위계층일수록 경험에서 더 큰 행복을 얻는다'는 연구진의 가설이 입증된 것이다.

이어 응답자 개인의 사회계층을 주관적 인식과 객관적 지표 등으로 다양하게 분석했는데 스스로 상위계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경험 소비에서, 하위계층이라고 믿는 사람일수록 소유 소비에서 행복감을 느꼈다.

이 교수는 "지난 15년간 많은 경영학자와 심리학자들은 사람들이 소유보다 경험을 소비해야 행복해진다고 조언했지만, 이는 사회계층 간 소득 격차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그는 "경험이 자아 발견과 향상 등 중요한 행복 요소를 제공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소유 역시 실용적·지속적·경제적으로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요소를 제공한다"면서 "남들 조언을 무분별하게 따르기보다 개인 상황에 맞는 소비를 추구하는 것이 행복의 총량을 늘릴 수 있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 7월 미국심리학회(ASP)가 발행하는 학술지인 '심리과학'에 게재됐다.

논문은 3개월 만에 알트메트릭(연구논문 피인용 빅데이터 분석기관) 기준 '사회적으로 가장 많이 논의된 논문' 상위 1%에 올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