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제3인터넷銀 추진하는 키움증권…Heroes 앞세워 '홈런' 노린다

키움證, 업계 첫 야구 마케팅

잠실 등 야구장 옥외광고 이어
프로구단 메인 스폰서로 나서
이현 사장 "더 많은 고객과 소통"
키움증권이 내년부터 프로야구단 히어로즈의 메인 스폰서를 맡아 ‘스포츠 마케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키움 히어로즈’(가칭)를 앞세워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을 비롯해 ‘키움’이란 브랜드를 널리 홍보한다는 계획이다. 키움증권은 카카오뱅크, 케이뱅크(K뱅크)에 이어 ‘제3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준비 중이다.

국내 증권회사가 프로스포츠 구단의 메인 스폰서를 맡는 것은 키움증권이 처음이다. 미래에셋대우, 하나금융투자, NH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는 주로 스타 골프선수를 후원해왔다. 주요 고객층인 40~50대 자산가들이 골프에 많은 관심을 두기 때문이다.온라인 증권사로 출발해 성장해온 키움증권은 골프보다 프로야구에 주목했다. 비교적 젊은 연령대인 주 고객층이 골프보다 야구에 더 관심을 보인다고 판단해서다. 키움증권은 서울(잠실·고척), 부산(사직), 광주, 대구 구장 등에서 옥외광고를 하고 있다.

키움증권이 야구장 광고에서 한발 나아가 프로야구단 메인스폰서를 맡기로 한 것은 인터넷전문은행 등 신사업을 추진하면서 브랜드를 좀 더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생겼기 때문이다. 키움증권은 지난 9월20일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제한) 규제가 완화되자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현 키움증권 사장(사진)은 “키움증권이 증권사에 머무른다면 프로야구단 후원까지 할 필요가 없다”며 “야구를 통해 더 많은 금융소비자에게 인터넷전문은행사업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프로야구 관객 수는 800만 명을 넘어섰다. 키움증권은 연간 후원료 70억~80억원 이상의 홍보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키움증권은 히어로즈가 지니고 있는 강자에 맞서는 ‘언더독(약자)’ 이미지가 키움 브랜드와 일맥상통한다고 봤다. 다른 프로야구단과 달리 모기업이 없는 히어로즈는 재정이 열악해 스타선수를 영입하진 못하지만 유망주를 적극 발굴하고 키우는 전략을 써왔다. 팀의 기둥인 박병호는 LG에서 내놓은 선수였고, 서건창은 방출됐었다. 이런 선수들이 똘똘 뭉쳐 2013년 이후 다섯 번이나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 강팀을 만들어냈다. 오프라인 점포 없이 온라인에서 개인투자자 중심으로 영업을 시작해 자기자본 규모 업계 9위로 성장한 키움증권의 성장 스토리와 닮았다는 평가다. 공교롭게도 키움증권의 온라인주식거래 플랫폼 이름도 ‘영웅문(히어로 게이트·hero gate)’이다.

이번 계약으로 히어로즈도 재정 문제에 대한 고민을 덜게 됐다. 히어로즈는 서울을 연고지로 2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고척스카이돔을 홈구장으로 쓰는 등 흥행에 유리한 조건을 갖췄지만 재정을 지원해줄 모기업이 없어 2008년 창단 이후 항상 스폰서와 재정 문제로 고민해왔다.

2010년 이후 넥센타이어가 메인 스폰서를 맡아왔지만 지난 2월 이장석 전 히어로즈 대표가 회삿돈을 횡령하고 비자금으로 사용한 혐의로 법정구속되는 등 이미지가 나빠지자 계약을 연장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돼 왔다. 히어로즈는 넥센 이후 계약하려는 기업이 나타나지 않아 속을 태웠다. 하지만 키움증권을 후원사로 맞아 재정 우려를 덜 수 있게 됐다. 계약 기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