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사우디 신경전…"'살해 윗선' 밝혀라" vs "녹음 내놔라"

터키 에르도안 "사우디, 누군가 보호하려는 건 말이 안된다"
터키 매체 "사우디 검찰총장 답변거부…카슈끄지 피살당시 녹음 등 증거 요구"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사건 수사 협력을 이유로 사우디 검찰총장이 터키를 직접 찾았으나 양측은 수사 공조보다는 팽팽한 신경전을 노출했다.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사우디 검찰총장을 향해 카슈끄지 살해를 지시한 '윗선'을 밝히라고 독촉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암살조) 15명을 사우디에서 터키로 보낸 자가 누구인가?"라고 물으며, "사우디 검찰총장은 그 질문을 해야 하고 그것을 밝힐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단도직입적으로, 누군가를 보호하려고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하며, '실세' 사우디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을 간접적으로 겨냥했다.그러나 이스탄불을 찾은 사우드 알모젭 사우디 검찰총장은 에르도안 대통령 등 터키 측의 거듭된 질문에 함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9일 이른 새벽 이스탄불에 도착한 모젭 사우디 검찰총장은 이틀간 이스탄불주 검찰과 만나 수사에 관해 협의했으며 30일에는 주(駐)이스탄불 사우디 총영사관을 찾았다.

이어 31일 0시를 넘겨 터키 국가정보청(MIT) 이스탄불 사무소를 찾았다고 터키 데미뢰렌통신이 보도했다.31일 터키 유력 일간지 휘리예트의 칼럼니스트 압둘카디르 셀위는 모젭 검찰총장이 터키의 질문에 답을 거부했고 이에 따라 터키 수사 당국이 그를 깊이 불신하는 상태라고 주장했다.

모젭 검찰총장은 언론에 보도된 카슈끄지 피살 당시가 담긴 녹음과, 터키 측이 확보한 카슈끄지 휴대전화 단말기의 복사(버추얼 카피) 등 모든 증거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슈끄지 피살 당시 녹음은 언론을 통해 내용이 알려졌으나 그 존재가 공식적으로 확인된 적은 없다.최근 터키에 급파된 지나 해스펠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문제의 녹음을 들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와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모젭 검찰총장이 MIT 이스탄불 사무소 방문에서 이 녹음을 들었는지는 전해지지 않았다.
칼럼니스트 셀위는 "사우디 검찰총장이 시신 소재를 터키 검찰에 숨기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따져 묻고, "이는 그가 살인사건을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무함마드 왕세자를 보호하기 위해 터키에 왔기 때문이다"라고 추측했다.

사우디 정책과 왕실에 비판 목소리를 낸 재미 언론인 카슈끄지는 이달 2일 결혼에 필요한 서류를 수령하러 주이스탄불 사우디 총영사관을 들어갔다가 거기서 자신을 기다린 사우디 '암살조'에 의해 살해됐다.

터키 매체와 외신은 익명의 터키 소식통을 인용해 카슈끄지가 총영사관에서 고문을 당하고, 시신이 훼손됐다는 의혹도 제기했다.사우디 정부는 그가 실종된 지 23일 만에 카슈끄지가 총영사관에서 계획적으로 살해됐다고 시인했으나, 시신의 소재와 지시 주체 등 핵심 질문에는 답을 내놓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