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고 문제유출' 수사 벌써 두달…'결정적 물증' 안 나와

정황증거 확인 후 쌍둥이 부녀 추궁…"혐의 계속 부인"
쌍둥이 동생 입원도 수사 늦춰…'기소의견 여부' 막판까지 고심할 듯
서울 숙명여고 문제유출 의혹을 수사하는 경찰이 수사 착수 2개월여 만인 이달 초중순께 수사를 마무리하고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경찰은 당초 "최대한 빨리 수사해 의혹이 해소되도록 하겠다"고 했던 것과는 달리 수사가 예상보다 길어진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일 서울 수서경찰서 관계자는 "숙명여고 문제유출 의혹 사건 수사를 (이달 15일 예정된) 대학수학능력시험 이전에는 끝내고, 수사 결과를 발표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찰은 이르면 다음 주, 늦어도 이달 12∼14일께 사건을 검찰로 넘기면서 수사 결과를 발표할 전망이다.경찰이 수사종료 시점을 못 박은 것은 서울시교육청이 수사를 의뢰한 지난 8월 31일 후로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문제유출 여부'만 확인하면 될 경찰 수사가 예상보다 너무 오래 걸린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숙명여고 학부모들은 수사 초기에는 9월 말 치러진 2학기 중간고사 이전에 수사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경찰이 수사에 속도를 내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문제유출을 완전히 입증할 수 있는 결정적인 물증'이 없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수사 착수 닷새 만인 9월 5일 문제유출 혐의를 받는 전임 교무부장 A씨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해 휴대전화·노트북 등을 확보했다.

그러나 전자기기를 디지털포렌식 수사한 결과, A씨가 시험지나 정답 목록 자체를 오롯이 유출한 증거는 현재까지 발견되지 않았다.A씨가 학교에서 시험 관련 자료를 빼돌리거나 하는 결정적인 장면을 포착한 폐쇄회로(CC)TV도 없었다.

이에 경찰은 디지털포렌식 수사로 밝혀진 '정황' 증거를 갖고 A씨 부녀를 추궁하는 식으로 수사 방향을 잡았다.

경찰이 밝힌 한 예를 보면, 쌍둥이 중 동생의 휴대전화에는 지난 학기 영어시험에 낸 문제의 정답이었던 영어 구절이 메모돼 있었다.

보기로 제시된 영어 단어들을 배열해 문장을 완성하는 문제였다.

경찰은 완성된 문장이 아니라 정답에 해당하는 구절만 메모돼 있었던 점 등을 고려했을 때 문제유출이 의심된다고 보고, 쌍둥이 소환조사에서 이를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이처럼 경찰은 디지털포렌식 등으로 문제유출이 의심되는 '정황증거'를 확인한 다음, 이를 소환조사 때 추궁하는 식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미성년자인 쌍둥이 자매의 소환 일정을 조율하는 문제 등으로 시일이 소요됐다.

게다가 쌍둥이 중 동생이 건강 이상을 호소하면서 수사가 더 지연됐다.

동생은 지난달 6일 첫 소환 때는 오전 조사만 받은 상태에서 점심때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며 병원에 갔고, 지난달 14일 두 번째 조사 때도 오후 3시께 비슷한 증세로 귀가했다.

동생은 두 번째 조사를 받은 후 현재까지 병원에 입원 중이다.

이 때문에 경찰은 추가 조사 시점과 방식을 고심하면서 시간을 더 보냈고 지난달 25일 동생이 입원한 병원에 가서 조사하는 식으로 3차 조사를 마쳤다.

경찰은 쌍둥이 자매의 학원 성적과 이번 중간고사 성적, 다른 학교 교사 3명이 전문가 자격으로 쌍둥이 성적에 관해 낸 의견 등도 참고 자료로 활용하면서 이들 부녀를 기소 의견으로 송치할지 마지막까지 신중히 검토할 방침이다.수서경찰서 관계자는 "A씨 부녀 등 피의자와 참고인들 진술, 압수품 분석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최종 결론을 낼 계획"이라면서 "(구속영장 신청 여부와 불기소 의견 가능성 등은) 수사를 마무리한 후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