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복지지출 증가 속도 OECD의 4배…국가채무 '뒷감당'은 누구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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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퍼주기 복지' 개혁 중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당시 공약에서 65세 이상 중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2017년 월 20만원)을 2018년 월 25만원으로, 2021년엔 월 30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했다. 이 공약은 국정계획으로 확정됐고, 지난해 8조1000억원 규모였던 관련 예산은 올해 9조1200억원 수준으로 1조원 이상 늘었다. 정부는 내년 기초연금 예산을 올해보다 2조3800억원가량 급증한 11조5000억원 규모로 잡았다. 정부·여당이 ‘노인 복지를 더 강화하겠다’며 2021년으로 예정된 ‘월 30만원’(소득 하위 20% 대상)을 내년으로 앞당겼기 때문이다.
(3·끝) 나홀로 역주행하는 한국
올 복지예산 144조6000억…정부 지출 '3분의 1' 첫 돌파
기초연금 조기 인상·실업급여 기간 확대로 내년엔 더 늘어
정부 "복지지출, GDP 대비 10.4%…선진국보다 낮아"
한번 늘리면 줄이기 어려운 지출…재정 악화로 연결
저출산에 세금 내는 사람 줄고 혜택 대상자는 늘어나
"국가채무 관리 위해서라도 복지지출 구조 개혁해야"
대표적인 복지 분야 재정지출인 기초연금은 지급액을 인상하지 않더라도 예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올해 기준 516만7000명 수준인 기초연금 수급자는 2022년 628만5000명으로 100만 명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급증하는 복지지출
선진국들은 고령화 시대에 진입하자 잇따라 ‘퍼주기 복지’를 줄여 나가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오히려 복지지출을 급격하게 늘리는 추세다. 올해 복지 분야 예산은 144조6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1.7%(15조1000억원) 늘었다. 증가율과 증가폭 모두 사상 최대로, 총지출(428조8000억원)의 3분의 1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고령화로 인해 자동으로 늘어나는 예산에 기초연금 인상, 기초생활보장 확대, 아동수당 지급,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 문 대통령 공약 이행 예산이 대거 더해진 결과다.
내년 복지지출은 올해보다 더 큰 폭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내년 복지 분야 예산으로 올해 대비 12.1%(17조6000억원) 늘린 162조2000억원을 책정했다. 내년 총지출(470조5000억원)의 35%에 달하는 수준이다. 기초연금 조기 추가 인상, 실업급여 지급액 및 지급기간 확대 등에 따른 것이다. 복지지출은 내년 이후에도 계속 급증해 현 정부 임기 마지막 해인 2022년엔 214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기획재정부는 전망했다.정부는 경제 규모 대비 복지지출 수준이 선진국과 비교해 여전히 낮기 때문에 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가별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보장지출(SOCX) 비중을 보면 한국은 10.4%(2016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21.0%)의 절반 수준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복지지출 증가 속도가 세계 최고 수준에 달한다는 점이다. 2000~2013년 OECD 평균 GDP 대비 SOCX 증가율은 연평균 1.2%인 데 비해 한국은 5.7%로 네 배 이상 높다. 기간을 더 최근으로 좁혀 2009~2013년 GDP 대비 SOCX 연평균 증가율을 보면 한국은 9.6%로, 영국(4.0%) 프랑스(3.4%) 독일(2.4%) 등 유럽 복지 선진국의 최대 다섯 배 수준이다.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복지지출의 급격한 증가는 재정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2018~2022년 정부 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관리재정수지는 올해 -28조5000억원에서 2022년 -63조원으로 악화할 전망이다. 적자를 메우기 위해선 국채 발행을 늘릴 수밖에 없다. 이는 나랏빚의 증가로 이어진다. 국가채무는 올해 708조2000억원(GDP 대비 39.5%)에서 2022년 897조8000억원(GDP 대비 41.6%)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GDP 대비 40% 안팎의 국가채무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낙관적인 전망은 세수 호조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 활력과 성장률이 갈수록 떨어지는 점을 감안하면 현 정부 임기 후반엔 세수가 줄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재정건전성이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데 가장 큰 힘을 발휘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 다른 위기에 대비해 재정건전성을 지키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복지지출은 한 번 늘리면 좀처럼 줄이기 힘들다”며 “정치적 유혹에서 벗어나 복지지출 구조를 완전히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