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역사가 반복되듯…투자도 '사이클' 읽어내는 게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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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막스 투자와 마켓 사이클의 법칙주식시장이 좋을 때는 쉽게 말한다. “리스크는 우리의 친구죠. 리스크를 많이 감수할수록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답니다.” 하지만 하락세로 돌아서면 달라진다. “돈을 못 벌어도 상관없어요. 더 이상 잃고 싶지 않아요. 어서 여기서 내보내줘요.”
하워드 막스 지음 / 이주영 옮김, 홍춘욱 감수
비즈니스북스 / 436쪽│1만8000원
114조원 굴리는 하워드 막스
시장변화의 패턴 중요성 강조
원인·시기·규모 다르지만
사이클은 어떤 식으로든 돌아와
주식 수익률·부동산 자본비율…
높아진 가치평가 지표 주목하면
현재 위치 실마리 찾을 수 있어
주가지수가 상승할 때 투자자들이 반응하는 방식은 비슷하다. 경제지표가 달라도 해석은 같다. 유가가 상승하면 경제 호황, 유가가 하락하면 소비자 구매가 늘 것이라고 지수 상승을 예상한다. 물가 상승은 자산 가치 상승, 물가 하락은 수익의 질이 향상됐다며 주가 반등의 지표로 해석한다. 투자심리가 위축됐을 때는 똑같은 움직임을 정반대로 받아들인다.‘가치투자의 대가’로 꼽히는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매니지먼트 회장은 《투자와 마켓 사이클의 법칙》에서 시장의 지나친 출렁임은 주로 시장 참여자들의 과도한 심리적 반응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1000억달러(약 114조원)를 운용하는 오크트리캐피털매니지먼트의 공동 설립자다. 이 책은 7년 전 출간한 《투자에 대한 생각》 이후 두 번째 책이다. 투자 전반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담은 전작과 달리 이번 책에서는 철저하게 ‘사이클’에 집중했다. 오크트리캐피털이 20년 넘게 꾸준히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비결이 사이클을 타는 타이밍을 잘 이용한 덕이라고 진단했기 때문이다.
2008년 말~2009년 초 큰돈을 벌기 위해 투자자에게 필요한 것은 두 가지였다. 투자할 돈과 그것을 투자할 용기. 하지만 2007년 초 두 가지를 투입했다면 이후 불어닥친 세계 금융위기에 엄청난 타격을 받았을 것이다. 금융위기의 공포에 세계 시장이 휘청일 당시 대부분의 사람은 이 같은 충격이 그렇게 빨리 회복되리라고 생각지 못했다.저자는 “역사는 그대로 반복되지 않지만, 그 흐름은 반복된다”는 마크 트웨인의 말을 빌려 사이클의 힘을 설명한다. 반복되는 것을 찾아낼 수 있는 능력, 사이클에 대한 이해가 투자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사이클은 오르내리고 시계추는 좌우로 흔들린다. 저자는 “사이클과 시계추의 움직임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며 여러가지 현상과 관련돼 있다”며 “움직임이 생기는 근본적인 이유와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패턴에는 많은 공통점이 있다”고 서술한다. 이유와 시기, 규모는 모두 다르지만 사이클은 반복된다. 문제는 단순히 상승하고 하락하는 게 아니라 극단적인 거품이 일기도 하고 갑작스레 폭락하기도 한다는 데 있다. 시장 참여자들이 ‘탐욕과 공포’ 사이에서 흔들리면서 진폭을 키운다.
책에서 저자는 틈날 때마다 미래에 대한 예측은 누구도 맞힐 수 없고 중요한 것도 아니라고 언급한다. “사이클에 대해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투자환경을 매번 새로 이해하기 위해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고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충격받을 가능성도 작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변동폭이나 속도, 지속 기간은 알 수 없다. 단지 추세만 짐작할 뿐이다. 핵심은 현재 그 사이클의 어떤 지점에 와 있는지를 가늠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치가 있는 것을 찾아내 적정 가격이나 그 이하의 가격에 사는 것이다.
그 실마리를 찾기 위해 책은 사이클의 성격과 규칙성부터 경제 사이클, 이익 사이클, 신용 사이클, 부동산 사이클, 마켓 사이클까지를 찬찬히 짚어간다. 절반 이상을 넘겨야 ‘마켓 사이클에 대응하는 방법’을 서술한 13장이 나온다. 저자는 역사적 기준에 비해 높아진 가치 평가 지표를 기준으로 삼을 것을 조언한다. 주식과 채권은 수익률, 부동산은 자본비율, 바이아웃 펀드는 현금흐름에 대한 평가 승수를 살피라는 것이다. 동시에 투자자들의 행동 방식도 이해해야 한다. 저자는 “다른 사람들이 도취돼 있을 때 두려워해야 하고 그들이 겁먹었을 때 공격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투자 결과를 결정하는 것은 무엇을 사느냐가 아니라 그것을 사기 위해 얼마를 지급하느냐는 것’ ‘미래는 하나의 고정된 결과가 아니라 다양한 가능성과 확률의 분포’ 등의 문장에 1969년 애널리스트로 시작해 월스트리트에서 잔뼈가 굵은 저자의 통찰력이 묻어난다. 시장의 방향을 전망하고 유망한 분야를 족집게처럼 찍어주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시장을 파악하고 심리를 읽어내는 길을 안내한다. 전광판만 바라보고 일희일비할 게 아니라 더 큰 그림을 그리고 흐름을 짚는 데 도움을 준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