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 굴욕' 파문 커지자…"사실 아니라더라"는 홍영표

'北 이선권 발언' 진위 공방

홍영표 "평양 갔던 기업 총수
3~4명에게 전화로 확인했다"
한국당 "입조심하라 협박한 것"

조명균 "나도 전해 들은 것"
靑, 뒤늦게 "사실 확인 안됐다"

정세현 前 통일부 장관
"북한의 사과 받아야"
조명균 통일부 장관(왼쪽)과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번영포럼 창립총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냉면 굴욕’ 사태의 파문이 일파만파다. 지난 9월19일 평양 옥류관에서 이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남북한 정상회담 특별방문단으로 방북한 기업 총수들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며 파문이 일자 여당 원내대표가 나서 기업인들에게 진위를 직접 확인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일 이선권 발언에 대한 사실관계를 묻자 “(청와대) 회의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얘기가 나온 적이 없어 할 말이 없다”면서도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얘기를 들어보면 사실관계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전일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가정보원 국정감사에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재벌 총수 3~4명에게 직접 전화해 확인했지만 그런 일이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북한과의 ‘굴욕 외교’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와 여당이 진위 확인에 나서는 모양새다.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은 “홍 원내대표가 기업 총수들에게 입조심하라고 반협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계 관계자는 “설사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해도 지금 이 상황에서 집권 여당의 실세 의원한테 누가 사실관계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선권 냉면’ 발언은 지난달 29일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처음 나왔다. 정진석 한국당 의원이 “평양 옥류관에서 대기업 총수들이 냉면을 먹는 자리에 이 위원장이 나타나 정색을 하고 ‘아니,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갑니까?’라고 말했다는데 보고를 받았느냐?”고 질의하자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비슷한 얘기를 들었다”고 답변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은 전날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북측의 사과나 그에 걸맞은 태도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냉면 굴욕 논란에 대한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조 장관의 대응도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서 원장은 전날 열린 국감에서 이선권의 발언에 대해 “언론을 통해 알았다”고 답했다. 조 장관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한반도평화번영포럼 창립총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내가 그 자리에 없어서 뭐라고 얘기하기 적절치 않다. 더 확인해보겠다”고 말했다. 국감장에서 ‘들었다’고 발언한 것에는 “평양 정상회담 때 건너건너 바쁜 일정 중에 얼핏 들은 것”이라며 “전달, 전달을 통해 들은 것”이라고 해명했다.청와대 관계자도 이선권과 같은 테이블에 있던 한 비서관의 말을 빌려 “정확히 그 말이 오갔는지는 확인이 안 되지만 화기애애했던 테이블 분위기상 그런 말이 나왔다고 해도 웃으며 한 농담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정 의원 측은 “조 장관이 들었다고 시인한 걸 인제 와서 부인하려는 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라며 “진위를 떠나 개선책을 논의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