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물량 80% 주관사가 자율배정…내년부터 단계적 시행

신주배정 규제 완화

하이일드·코스닥벤처펀드 몫
40%를 주관사 재량에 맡겨
개인 배정물량 20%는 유지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기업공개(IPO) 물량의 80%를 상장주관사가 자율배정할 수 있게 된다. 개인투자자에게 배정되는 20%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대해선 기관과 특정 펀드에 얼마만큼의 물량을 먼저 배정해야 한다는 등의 규제를 풀어준다는 것이다. 공모주 수급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1일 관계부처가 당정협의를 거쳐 발표한 ‘자본시장 혁신과제’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내년 1분기 IPO 신주배정 규제를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하이일드펀드(투기등급채권에 투자하는 고위험 고수익 펀드)와 코스닥벤처펀드 등 정책성 펀드에 배정된 물량을 주관사 재량으로 정할 수 있게 풀어준다. 유가증권시장 공모주는 하이일드펀드에 의무적으로 10% 배정되고, 코스닥시장 공모주는 하이일드펀드에 10%, 코스닥벤처펀드에 30%가 배정된다. 이런 의무 배정 물량을 점진적으로 없애 주관사가 자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는 공모주 물량을 확대할 예정이다. 박정훈 금융위 자본시장정책관은 “공모주 물량 배정에서 개인투자자에게 할당된 20%는 건드리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상장주관사에 자율성을 주는 대신 기업실사 범위를 확대하고 과징금 한도(현행 20억원)를 높이는 등 책임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 같은 주관사 공모주 자율배정제가 ‘코너스톤 인베스터제도’와 함께 시행되면 공모주 수급이 크게 바뀔 전망이다. 코너스톤 인베스터란 IPO를 하기 전 공모 물량 일부를 배정받은 대형 기관투자가를 뜻한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상장 주관사가 IPO를 준비하는 기업 공모주에 투자할 ‘큰손’을 미리 확보할 수 있게 될 뿐 아니라 다양한 투자처에서 자금을 끌어올 수 있다.이번 대책이 시행되면 하이일드펀드와 코스닥벤처펀드에 대한 공모주 인센티브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최근 증시 급락으로 손실을 보고 있는 이들 펀드 투자자 사이에선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코스닥벤처펀드는 출범한 지 7개월밖에 되지 않았는데 투자 유인책이었던 공모주 물량 배정을 없애면 이 펀드의 매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사실상 정부가 정책 실패를 시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