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인도의 허(許)왕후 기념공원

홍영식 논설위원
삼국유사 ‘가락국기’ 편에는 금관가야 시조인 김수로왕이 허왕후(?~188)와 결혼하게 된 과정이 자세하게 실려 있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허왕후는 인도 아유타국(阿踰陀國)의 공주로 태어났으며 이름은 허황옥(許黃玉)이다. 아유타국은 기원전 6세기~서기 1세기에 번성한 도시국가였다.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꿈에서 공주를 김수로왕의 배필로 하라는 상제(上帝)의 명을 받았다.

허황옥은 배를 타고 와 경남 김해 해안에 도착했다. 김수로왕을 만난 자리에서 “상제의 명에 따라 그대와 혼인하러 왔다”고 청혼했고, 그 모습에 김수로왕이 기뻐하며 결혼했다고 삼국유사는 전한다. 김수로왕과 허왕후는 10명의 아들을 낳았다. 허왕후가 타국살이에 자신의 성(姓)마저 이어지지 못하는 것을 슬퍼하자 김수로왕은 둘째와 셋째에게 어머니의 성을 따르게 했다. 이 두 왕자의 후손이 김해 허씨와 하양 허씨다.허왕후의 출생지에 대해선 중국, 베트남 등 다른 설(說)도 있다. 그러나 아유타국설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서정선 서울대 의대 교수는 2004년 “허왕후의 후손으로 추정되는 김해 고분의 왕족 유골을 분석한 결과 인도계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허왕후 이야기는 외교 무대에서 한국과 인도를 이어주는 역할을 해왔다. 인도는 허왕후가 인도 출신이라는 점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면서 기회 있을 때마다 한국과의 인연을 강조하고 있다. 2007년 나게샤 라오 파르타사라티 주한 인도 대사는 김수로왕과 허왕후의 사랑을 그린 소설 《비단왕후》를 펴내 화제가 됐다.

주한 인도 대사는 한국 부임 후 김해에 있는 김수로왕릉과 허왕후릉을 참배하는 게 관례다. 2010년 1월 프라티바 파틸 인도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2000년 전 허황옥 공주가 김수로왕과 혼인한 인연을 시작으로 양국은 오랜 교류의 전통을 갖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인도에 허왕후를 기념하는 공원이 그의 고향인 아요디아시에 조성된다. 인도 정부가 1만㎡ 규모의 사업부지와 공사비 9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한국 정부는 설계와 디자인 감리를 맡았다. 공원에는 허왕후의 기나긴 뱃길 여정을 느낄 수 있는 조형물과 팔각정으로 된 김수로왕 누각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지역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편의시설도 조성된다. 갠지스 강변에 있는 아요디아시는 아유타국이 있었던 곳으로, 인도 문명의 중심지 역할을 해 왔다.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이 공원의 기공식 참석을 위해 4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인도를 방문한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공식 초청에 따른 것이다. 기공식을 계기로 두 나라 간 협력이 더욱 가속화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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