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 해법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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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이상 일한 전현직 임직원삼성전자가 오랜 기간 해결하지 못한 난제들을 올 들어 차례로 해결하고 있다. 49번째 생일을 맞은 1일에는 ‘반도체 백혈병’ 분쟁의 해법을 찾았다.
모두 보상·지원 대상으로 확정
삼성 "중재안 조건 없이 수용"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 관련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위원장 김지형 전 대법관)는 1984년 이후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의 반도체·LCD 라인에서 1년 이상 일하다 관련 질병을 얻은 전·현직 임직원 모두를 보상·지원 대상으로 정했다고 이날 밝혔다. 위원회는 삼성전자와 피해자를 대변하는 시민단체 ‘반올림’에 보낸 중재안에서 “개인별 보상액은 낮추되 보상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고 설명했다.위원회는 백혈병 환자 보상액은 근속 기간, 근무 장소 등을 고려해 최대 1억5000만원, 사산 및 유산은 각각 회당 300만원과 100만원으로 정했다. 삼성전자와 반올림이 지난 7월 조정위 중재안을 무조건 수용하기로 합의한 만큼 이르면 이달 최종 보상 방안이 나올 전망이다. 2007년 3월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일하던 황유미 씨가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한 이후 10여 년을 끌어온 반도체 백혈병 분쟁이 일단락된 셈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10년 가까이 끌어온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와의 갈등도 4월 해소했다. 삼성전자의 100%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가 90여 개 협력업체 직원 8000명을 직접 고용하는 파격적인 방식으로 풀었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노조는 2013년 “삼성전자서비스에서 직접 업무지시를 받는 만큼 직원으로 인정해달라”는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갈등이 심해지자 삼성은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통 큰’ 결단을 내렸다. 아울러 선대 회장 때부터 금기로 여겼던 노조 활동도 인정했다.
삼성은 9월엔 삼성전기와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을 매각하면서 순환출자 고리도 완전히 끊었다. 오랜 기간 숙제로 남았던 난제를 올 들어서만 세 개나 해결했다. 재계 관계자는 “문제의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진심을 다해 사회와 소통하고 신뢰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안다”며 “삼성이 올 들어 대승적인 차원에서 묵은 숙제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삼성전자는 이날 창립 49주년을 맞아 경기 수원시 삼성 디지털시티에서 김기남 DS(반도체·부품)부문장(사장)을 비롯한 임직원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식을 열었다.
오상헌/고재연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