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전→합의기대' 무역전쟁 급반전…난제는 기술도둑질·환율

접점모를 비관 딛고 대타협 낙관…"기대·합의는 별개" 신중론도
"美중간선거까지 증시안정용" vs "실제로 글로벌무역 수렁 모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동을 앞두고 '아주 좋은' 대화를 언급하고 미국 정부가 무역합의안 작성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이에 따라 세계 1, 2위 경제국이 도무지 접점을 찾을 수 없을 것처럼 관측되던 교착상태를 벗어나 무역전쟁을 해소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엿보이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말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무역 합의에 이르기를 바라며 이를 위한 초안 작성을 장관들에게 지시했다고 소식통들을 인용해 2일 보도했다.

그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무역 대화를 앞두고 의견을 교환했으며 트위터를 통해 대화가 "길고 아주 좋았다"고 말해 기대감을 키웠다.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전화통화가 있기 전까지 양국의 통상갈등을 바라보는 시선은 암울하기만 했다.

공격과 반격, 경고와 경고가 되풀이되는 악순환 속에서 긴장이 계속 증폭돼왔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후로 중국이 미국에 대해 불공정한 무역 관행으로 미국에 막대한 손실을 안기고 있다고 끊임없이 경고해 왔으며 올해 여러 단계에 걸쳐 관세폭탄을 투척하며 본격적인 무역전쟁에 나섰다.현재 미국은 2천500억 달러(약 282조원) 규모의 중국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중국은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1천1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한 상태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2천57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도 추가로 관세를 물려 사실상 모든 중국 수입품에 관세폭격을 가하겠다고 경고해왔다.

무역전쟁과 성장둔화 우려로 위안화 가치가 급락하자 미국 재무부가 '환율조작국' 지정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환율전쟁의 전운마저 감돌았다.미 재무부는 결국 중국을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유지해 최악의 사태는 피했으나 위안화 절하세를 강력한 어조로 경고해 긴장수위를 낮추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5월부터 미국과 중국 고위관리들이 양국을 오가며 벌인 협상도 별다른 성과를 보지 못하면서 세계 경제에 비관론이 커져만 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및 유럽연합(EU)과의 무역협상을 진행하는 중에도 중국에 대해서는 "중국이 아직 협상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여유 있는 자세를 고수해 무역전쟁 장기화 관측이 커졌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중국과 위대한 합의를 이룰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해 변화가 감지됐고 1일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통화 이후 분위기가 갑자기 전환됐다.
장중 희소식을 들은 아시아 주요국 주가지수는 급등세를 보였고 달러당 7위안을 위협했던 중국 위안화 환율은 6.9대로 진정됐다.

그러나 기대감과는 별개로 실제 협상이 타결될지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태다.

양국이 무역 전면전을 벌일 만큼 근본적인 입장차가 극심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요구안들을 완화할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면서 합의안 작성에 난제는 지식재산권 절도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협상 관련 '해빙 무드'를 내비치는 와중에도 협상의 핵심 의제가 될 중국의 기술 지식재산권 '도둑질' 및 경제안보 측면에서 압박을 조금도 늦추지 않았다.

미국 상무부는 중국 국영기업인 푸젠진화반도체가 미국의 기술을 도입해 반도체 생산기술을 완성하면 미국의 핵심부품 조달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취지로 제재를 가한 데 이어 미 법무부는 푸젠진화를 기술 도둑질 혐의로 기소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중국의 산업정보 수집 활동을 저지하기 위해 수사 인력을 대거 투입하면서 중국을 미국의 경제안보를 가장 위협하는 국가로 직접 지목했다.

위안화 환율 문제도 여전히 풀기 어려운 쟁점이다.

중국 인민은행이 이날 위안화 기준환율을 0.43% 대폭 내리면서 정상회담 전 '마지노선' 사수 의지를 보이기는 했으나 여전히 6.9위안대로 언제든 환율의 고삐는 풀릴 수 있다.

당장 이번 합의 가능성 제기에도 시장 전문가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세계 각국에서 제조업 경기 등에 미중 무역전쟁의 타격이 가시화하기 시작한 만큼 양국 정상의 합의 도출이 난국 타개의 긍정적 징후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상당하다.

라지브 비스와스 IHS마킷 아시아태평양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두 정상이 G20 정상회의에서 합의에 도달하면 새로운 양자간 무역협상의 전반적인 뼈대를 세울 수 있을 것이고 이는 글로벌 무역체계가 내년 미중 무역전쟁의 늪을 피해 가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오는 6일 다가오는 미국 중간선거용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마이클 에브리 홍콩 라보뱅크 아시아금융시장 리서치 책임자는 "이번 소식은 선거일까지 주식시장 반등세를 보장하려는 완벽한 방법 같다"며 "협상 타결이 무위에 그치면 비난할 사람(시진핑 주석)을 두게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