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넷플릭스' 美 코코와 가입자 100만 눈앞…미국인이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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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3.0 시대“한국 드라마의 동남아시아 국가 수출이 매년 10%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는 일본 중국보다 동남아가 더 큰 시장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올해 SBS는 아시아 지역에서 20% 이상의 매출 증가를 기대한다. 인터넷 동영상 플랫폼(OTT)산업 성장 외에 해외 채널을 거점으로 공격적으로 현지 시장을 공략한 결과다.”
동남아에 K콘텐츠 플랫폼 거점
CJ ENM, 홍콩에 tvN Asia
韓 프로그램 방영…매출 300%↑
SBS, 지난해 印尼에 'SBS-In'
K콘텐츠 동남아 수출 中·日 육박
해외 현지채널로 돌파구 마련
국내 방송광고시장 갈수록 위축
해외 직접공략…사업 다각화
SBS 해외사업 담당자는 지난해 4월 인도네시아에 개국한 채널(방송국) ‘SBS-In’이 아시아 시장 개척의 교두보라며 이같이 말했다. SBS는 국내 방송광고 시장이 갈수록 위축되자 지상파 3사 중 유일하게 해외 채널을 설립했다. 국내 방송산업도 완성된 콘텐츠를 수출하는 한류 1단계에서 해외 파트너와 합작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포맷을 수출하는 2단계를 지나 플랫폼(방송채널 등)을 발판으로 현지 시장을 개척하는 3단계에 들어선 것이다.◆CJ ENM의 시장 개척에 SBS 가세
SBS-In은 한국 본사가 제작한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에 현지어 자막을 입혀 방송한다. 현지 지상파 및 제작사와 ‘런닝맨’ 등을 공동제작해 방영하는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현지 홈쇼핑 1위 사업자(레젤홈쇼핑)와 다양한 콘텐츠 커머스사업도 펼치고 있다. SBS가 제작한 콘텐츠나 합작 프로그램에 노출된 상품을 레젤홈쇼핑에서 판매하는 방식이다. SBS는 베트남에서 예능 ‘오 마이 베이비’ 시즌1, 2를 현지 파트너와 합작해 방송한 데 이어 ‘런닝맨’도 공동제작해 내년 3월 방송할 예정이다.
CJ ENM은 이보다 앞서 해외 채널을 세운 선구자 격이다. CJ ENM이 동남아에 세운 현지 채널들이 K콘텐츠를 친밀하게 만들어 수출 확대에 크게 기여했다. 이 회사는 2009년 홍콩에 tvN Asia를 개국해 홍콩뿐만 아니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대만 호주 등 10개국에 약 850만 가구를 대상으로 한국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다. 또 동남아 시청자 취향을 반영해 제작한 콘텐츠 ‘원나잇 푸드 트립’ ‘겟 잇 뷰티 온더 로드’가 방영 중이다. 지난해에는 한국 영화 전용채널인 tvN Movies를 싱가포르에서 개국해 말레이시아 등으로 서비스를 확대했다.이 영향으로 CJ ENM의 지난해 콘텐츠 해외 매출은 2016년보다 300% 이상 늘었다. 아이플릭스 등 동남아 OTT들이 콘텐츠와 포맷 판권을 대거 구매한 덕분이다. 포맷 수출은 2015년 1건에서 올 들어 6개 국가에 8개 콘텐츠를 기록했다. 특히 태국은 ‘쇼미더머니’ ‘골든탬버린’ ‘수상한 가수’ 등 예능뿐 아니라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 등 8개 포맷을 구입했다.
◆해외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수익성 높여해외 현지에 채널을 설립하면 다양한 방식으로 사업을 펼쳐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 현지 광고와 수신료 수입은 기본이다. 공동제작에 따른 수익도 거둘 수 있다. SBS 해외사업 담당자는 “콘텐츠를 단순하게 수출만 하면 리스크가 없지만 큰 수익도 기대할 수 없다”며 “현지 채널사업은 투자 리스크가 있지만 시장 개척의 이점도 있다”고 말했다.
해외 채널은 특히 현지 시장을 정확히 분석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 동남아에선 중국 터키 인도 등이 저가 콘텐츠로 한류를 위협하고 있다. 해외 현지 채널은 현지 파트너사와의 공동제작 등으로 좀 더 경쟁력 높은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다.
◆지상파 3사, 미주서 60만 가입자 확보지상파 3사의 공동사업도 눈길을 끈다. 이들이 합작한 코리아콘텐츠플랫폼(KCP)이 지난해 7월 미국 LA에 개국한 OTT서비스 코코와(KOCOWA)가 대표적이다. 코코와는 지난 1년여간 북미와 중남미 지역에서 누적 가입자 수 60만 명을 넘어섰다. 소셜미디어도 크게 성장했다. 코코와 유튜브는 100만 구독자를 달성했다. 누적 시청은 9억 시간에 달한다. 페이스북도 36만 명의 팔로어를 기록했다. 코코와 서비스는 처음부터 현지화를 시도해 대부분 사용자가 한국 동포가 아니라 20~30대 현지 미국인 여성이다.
KCP는 지난 1일부터 북미 최대 케이블TV 컴캐스트에도 드라마, 예능 등을 주문형비디오(VOD)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가입자 3200만 명을 거느린 컴캐스트를 통해 미국 가정에도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KCP 측은 “국내 기업이 미국 본토 공략에 나선 것에 의미가 있다”며 “미국에서 불법 유통되고 있는 한국 지상파 콘텐츠에 관한 저작권 관리도 강화했다”고 말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