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성폭력 은폐…'스쿨미투' 중고생, 칠판 부순 이유

전국 중·고교 등 30여개 단체 참여
4월 용화여고 포스트잇 계기로 촉발
'스쿨미투, 교육청은 응답하라'. 서울시교육청 담벼락에 '스쿨미투' 해결을 촉구하는 접착식메모지(포스트잇)가 붙어있다. 사진=연합뉴스
학생 독립운동 기념일인 3일, 중·고등학교 내 미투(Me too) 운동인 '스쿨미투' 문제를 알리기 위해 전국 중고교생들이 거리 집회를 열고, 학교 권위를 상징하는 칠판을 부수는 퍼포먼스 등을 펼쳤다.

'스쿨미투'는 올해 4월 6일 서울 노원구 용화여고 학생들이 '#ME TOO'(나도 겪었다), '#WITH YOU'(당신과 함께) 등을 적은 접착식 메모지를 창문에 붙이면서 스쿨미투에 불이 붙어 확산했다.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이날 집회장엔 전국 각지 중·고교 여학생 모임 등 30여 개 단체가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다.

참가자들은 선언문에서 "올해 4월 시작된 스쿨미투 고발은 여학생의 일상이 얼마나 차별, 혐오, 폭력에 노출됐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며 "스쿨미투가 고발한 것은 '일부 교사의 비상식적 만행'이 아니라 성폭력이 상식이 돼버린 학교 현장"이라고 강조했다.

또 "학생 인권이 없는 학교는 성폭력을 은폐했다"며 "교사는 생활기록부, 추천서 등 학생 진로를 좌우할 권력을 가진다. 압도적인 위계관계 속에서 학생이 교사를 고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고 호소했다.그러면서 "스쿨미투는 끝나지 않는다.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우리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며 "우리의 이야기는 교실 안에서 시작됐지만, 이제 교문을 벗어나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외쳤다.

참가자들은 또 "이제까지 여성을 위한 학교, 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었다"며 "학교에서 여학생은 출석번호 앞번호가 아니라 뒷번호로 불리고 운동장 전체를 누리지 못하며 남성의 부수적 존재로 살아갈 것을 강요받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의전화 등 기성 여성단체들이 주관한 '학생의 날 맞이 스쿨미투 집회'와 함께 열렸다. 참가자들은 ▲ 학내 구성원 모두에게 정기적인 페미니즘 교육 시행 ▲ 학생들이 안심하고 말할 수 있도록 2차 가해를 중단할 것 ▲ 학내 성폭력 전국 실태조사 ▲ 성별 이분법에 따른 학생 구분·차별 금지 ▲ 사립학교법 개정과 학생인권법 제정으로 민주적 학교 조성 등 5개 요구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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