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중국합의 임박' 진도 빼는 트럼프 왜?…중간선거 정치학

무역분쟁 '합의 임박설' 둘러싸고
백악관 한지붕 트럼프-실무진 상반 입장
중간선거 코앞 '해결사-호황' 대중 메시지 해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중국 베이징에서 만나 악수를 나눴다.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분쟁 합의 임박 분위기를 연일 연출하고 있다. 하지만 실무를 이끄는 미국 행정부 내 고위관리들은 대통령과는 상반된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미국 중간선거를 코 앞에 둔 트럼프 대통령만 무역 분쟁 해결사 이미지를 피력하기 위해 진도를 빼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중간선거 유세지로 떠나기 전 취재진을 만나 "우리는 중국과 합의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더 가까워지고 있다"며 "많은 진전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다시 한번 중국과의 무역 분쟁에 종지부를 찍을 양국 합의가 임박했다는 메시지를 흘린 것이다. 전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전화통화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이처럼 무역 분쟁 종료 가능성을 강하게 낙관하고 있다. 취재진이나 중간선거 유권자를 향해 "시 주석과 중국이 (나와) 합의하기를 매우 원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달 30일부터 12월 1일까지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별도 정상회담을 갖고 무역 현안을 논의키로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합의 타결을 원한다는 입장을 전날부터 강조했다.

이미 중국과의 무역 합의서를 만들기 시작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시 주석과의 전화통화를 마친 뒤 주요 장관들에게 무역합의 초안을 만들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합의가 임박했다는 이른바 '합의 임박설'이 나오는 배경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을 상대로 분쟁 종지부를 찍는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식의 대중 메시지로도 해석될 수 있다.그러나 행정부 내 고위관리들은 이 같은 합의 임박설에 대해 신중한 모습이다. 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날 미국 CNBC방송 인터뷰에서 "큰 움직임은 전혀 없고, 거대한 것도 아예 없다. 우리는 합의로 넘어가는 지점에 있지 않다"고 트럼프 대통령의 낙관론에 명확히 선을 그었다. 무역 분쟁 협상의 또 다른 실무 책임자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비슷한 입장을 내놨다. 미국 행정부의 대중 강경파로 꼽히는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중국과의 합의 자체에 반대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처럼 백악관 한 지붕 아래서 대통령과 실무 고위관리가 상반된 입장을 보이는 상황을 두고 일각에선 '합의 임박설=중간선거 홍보용'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상하원 의원과 주지사를 대거 교체하는 오는 6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 상황 개선 및 증시 상승 효과를 연출하려는 의도라는 지적이 그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호황이 현 정부의 유능한 경제 정책 덕이라고 수차례 강조해왔다.

한편 중국은 미국 무역 분쟁을 동동한 위치에서 대화로 풀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이다. 왕빙난(王炳南) 중국 상무부 부부장은 이날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국제수입박람회 행사에서 "대등한 관계에서 상호 존중하는 회담을 통해 미중 무역문제를 해결할 의사가 있다"며 "중국은 건강하고 안정적인 미중 관계의 발전을 공동으로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성 한경닷컴 기자 m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