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 생선 맡겼나'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답안 보관 교무실서 홀로 야근

사진=연합뉴스
쌍둥이 딸에게 시험문제와 답안을 유출한 혐의를 받는 서울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A(53) 씨가 답안 유출과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이 드러났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3일 올해 상반기 2학년 1학기 중간고사를 앞두고, A 씨가 혼자 교무실에 남아 야근을 한 적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A 씨가 야근한 날은 숙명여고가 중간고사 답안지를 교무실 금고에 보관하기 시작한 날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유출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한 올해 8월 이후, A 씨가 자택의 컴퓨터를 교체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도 포착됐다.

경찰 조사에서 A 씨는 홀로 야근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금고 비밀번호는 몰랐다며 범행 연관성을 부인했고, 컴퓨터 교체는 사건과 무관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9월 경찰은 A 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면서 시험문제의 정답이 적힌 메모장 등을 확보했다. 쌍둥이 자매가 영어시험 사흘 전에 주관식 정답을 휴대전화에 적은 메모도 경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쌍둥이 중 동생의 휴대전화에서는 영어문제 정답 문장이 발견됐다.

해당 메모에는 정답만 따로 적혀 있었지만 동생은 공부를 위해 검색용으로 메모해 둔 것이라고 해명했으며 자매와 아버지는 여전히 자신들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수사과정에서 쌍둥이 자매의 교과 우수상이 급증한 사실도 눈길을 끌고 있다.

쌍둥이 자매는 교과와 비교과를 포함해 모두 44개의 상을 휩쓸었는데 교과 우수상이 1학년 1학기 2개에서, 2학기 12개, 2학년 1학기 17개로 크게 늘었다.

1학년 1학기엔 예체능에서만 상을 받았지만, 2학기부터는 국어와 수학, 영어, 과학 등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는 점에서 의문을 낳았다.단기간에 성적을 올리기 쉽지 않은 주요 과목, 특히 수학에서 불과 반년 만에 눈에 띄는 변화를 만들어 수상까지 하고 전교 1등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경찰은 처음 유출 의혹이 제기된 올 1학기 기말고사뿐만 아니라 쌍둥이 자매가 치렀던 모든 시험을 수사하기로 했다.

경찰은 지난 2일 A 씨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범행을 계속 부인하고 있어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 A 씨가 쌍둥이 자매 등 피의자들과 말을 맞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