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Why 쓰·말·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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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32
권대욱 < 휴넷 회장 totwkwon@hunet.co.kr >우리는 일생을 일과 삶으로 구분한다. 일만 보고 달려가다 문득 ‘나는 어디 있지?’ 하며 갑자기 헛헛함이 몰려온다. 그러다 보니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생각하고 열심히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려 노력도 하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그래 이게 아니야. 워라밸이 아니고 일과 삶의 조화(Work&Life Harmony)야’ 하다가 아예 워라밸을 넘어 무경계적 삶을 외치기도 한다.
내가 ‘쓰·말·노(쓰고 말하고 노래한다)’를 얘기했을 때 사람들은 그저 하나의 작은 몸짓으로 봤을 것이다. 조금 나아간다면 변화를 추구하는 삶의 한 방식 정도로 이해할 수도 있었겠다 싶다. 그러나 나의 입장에서 그것은 내 삶의 가장 완벽한 구현이었고, 평생 찾지 못한 대발견이었다. 없었던 것은 아니나 알아채지 못했다. 참으로 경이로운 만남이었고 앞으로도 쉽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추구한다. ‘내가 좋아하는 일은 무엇인가?’ ‘무얼 하면 내 가슴이 뛰고 눈이 반짝여지고 행복해지는가?’ 이 간단한 물음에도 쉽게 대답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런저런 삶의 무게들이 아예 생각 자체를 막고, 그렇게 체념하고 살다 보면 내가 무얼 좋아하는지 물어볼 용기도, 의욕도 꺾여 무상한 세월 앞에 그저 헛헛할 뿐이다.
하나뿐인 인생을 이렇게 살 수는 없지 않겠는가? 더구나 100세 시대를 당연스레 이야기하는 시대 아닌가?
쓰·말·노 이후 나의 삶은 크게 바뀌었다. 무경계적 삶의 원칙이 만들어졌고 일과 삶이 보다 유기적으로 연계됐으며 둘 모두 충일해졌다. 많은 도전이 가능해졌다. 도전한다고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도전해가는 과정 자체가 즐거움이 된 지 오래다. 책 쓰기와 페이스북 포스팅, 강연, 강의, 프로그램 진행, 합창, 중창, 독창 등 그 확장도 다양하니 삶이 무척 재미있어졌다.일과 일의 연계가 명확해지고 무얼 해야 할지 목표가 분명해지니 살아가야 할 이유들이 만들어졌고, 모든 생활양식이 그에 맞춰져 간다. 몰입과 망각이 자연스레 이뤄지고 근심·걱정의 자리에 희망을 채우게 된다. 그것이 나의 자유를 보장하고 나를 나답게, 행복하게 만드는 선순환의 고리가 완성되는 것이다. 쓰·말·노는 그래서 중요하다. 내가 주인이 되는 삶, 자존과 자유가 지켜지는 무경계의 삶이 멀리 있지 않다.
과감하게 생각들 하시라. 진정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가? 무얼 하면 눈 반짝이고 가슴 뛰는가? 젊은 청년들은 아직 시간이 많다. 살아가며 천천히 고민해도 된다. 그러나 제2의 인생을 설계해야 할 은퇴 세대들은 지금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나의 쓰·말·노는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