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조명균의 '어영부영' 냉면 논란 발빼기

박동휘 정치부 기자 donghuip@hankyung.com
‘경제통일 구현.’ 통일부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5대 국정전략 중 첫 번째다. 1969년 국토통일원으로 출범한 이래 경제통일이란 목표가 제시된 것은 처음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통일부는 그동안 무엇을 했을까. 홈페이지 연혁란을 뒤져 보니 정부 출범 후 기록된 것은 딱 두 가지다. 작년 9월 공동체기반조성국을 인도협력국으로 개편했고, 올 9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설했다.

해야 할 일(당위)과 한 일(행위)의 부조화는 비단 통일부 조직에만 해당되는 일은 아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도 혼란을 겪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불거진 ‘냉면 굴욕’ 논란, 탈북민 출신 기자의 취재 제한 등이 대표 사례다. 경제통일을 위한 ‘파트너’인 북한과의 ‘외교’를 위해선 불가피했다는 게 통일부 해명이지만, 협상전략 차원에서도 지나친 저자세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의 냉면 발언에 대해선 친(親)정부 성향의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조차 “(사실이라면) 사과받아야 할 일”이라고 했다.‘4·27 판문점선언’ 이후 한반도 정세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지난 9월 평양 정상회담에선 남북한 간 종전선언이라 할 만한 파격적인 긴장 완화 조치가 발표됐다. 워낙 빠른 진전이 이뤄지다 보니 국민 사이에선 남북 교류와 관련해 인식의 지체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냉면 논란을 처음 제기한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진위 공방에도 불구하고 냉면 발언이 그토록 휘발성을 가진 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이 통일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로 ‘공감대 형성’을 제시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사정이 이런데도 조 장관은 ‘북(北)과는 소통, 남(南)과는 불통’을 고수하고 있다. 통일부 간부들은 조 장관의 엄명 탓에 언론과의 접촉이 통제돼 있다. ‘냉면 굴욕’에 대해서도 발 빼기에만 급급하다. 애초 국정감사에서 “들은 바 있다”며 논란을 키웠는데도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 “제가 잘 모르는 내용에 어영부영 대응을 잘못해 문제가 커진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의 ‘시대적 사명’을 이해하지 못하는 장관이라면 야당의 해임건의안을 정치 공세로 비난할 일만은 아닌 것 같다.